새해 앞두고 발칸에서 전운… 세르비아·코소보 ‘충돌’ 우려
세르비아, 현지 주민 보호 명분 ‘압박’
전투준비 태세 ‘최고 등급’으로 격상
새해를 앞두고 발칸 반도의 앙숙인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7월 코소보 정부의 자동차 번호판 변경으로 촉발된 긴장이 세르비아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정면충돌 우려가 나온 것이다. 세르비아군은 전투준비 태세를 최고 등급으로 격상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밀로스 부세비치 세르비아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군에 최고 등급의 전투준비 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 (세르비아는) 코소보에 있는 세르비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세비치 국방장관은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특수부대 병력을 기존의 1500명에서 5000명으로 증원할 것을 지시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성명은 부세비치 국방장관이 밀란 모실로비치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전날 코소보와 접한 남부 국경도시 라스카를 시찰한 뒤에 나왔다. 라스카는 코소보와의 국경에서 약 10㎞ 떨어진 곳으로, 세르비아 육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갈등은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뒤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7월 자동차 번호판 사용과 관련된 논란이 일며 양측 간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 코소보 정부는 당시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세르비아 정부에서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과 신분증 대신 코소보 정부가 발급한 것들을 사용토록 했다. 이는 세르비아인들에게 코소보 정부를 인정하라는 강요로 비춰지며 주민들의 집단 반발을 불렀다. 세르비아는 아직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중재로 자동차 번호판 논란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코소보 정부가 북부 지역에 경찰을 파견하면서 또다시 긴장이 불거졌다. 세르비아인들이 실질적인 자치권을 행사하는 지역에 코소보 정부의 경찰이 파견되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한 것이다. 특히 현지에서 활동하던 세르비아계 경찰이 코소보 경찰들을 공격해 체포되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북부 도시 미트로비차의 주요 도로들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코소보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그 뒤 세르비아 정부는 현지 주민들의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며 코소보 정부를 압박했다.
젤랄 스베츨라 코소보 내무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내부 불안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도 내놨다. 코소보는 앞서 서방의 도움을 받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했으며 유엔과 EU에 가입하길 원하고 있다. 반면 세르비아의 오래된 동맹인 러시아는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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