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20년 전 '천국의 계단'→소라게로 리마인드…행운이죠"(종합) [N인터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권상우(46)가 다시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는 내년 1월4일 개봉할 영화 '스위치'(감독 마대윤)에서 안하무인 톱스타에서 하루 아침에 재연배우이자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삶이 바뀐 박강 역을 맡았다. '스위치'는 캐스팅 0순위 천만배우이자 자타공인 스캔들 메이커,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던 톱스타 '박강'이 크리스마스에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특히 올해 9월 웨이브 시리즈 '위기의 X'에 이어 영화 '스위치'로 연이어 코미디 장르를 선보이는 그는 "웃기는 게 즐겁다"라며 "코미디가 어려운 거라 생각해서 이 장르가 더 위대하다 생각하고, 좋은 작품을 통해서 코미디를 낮게 보는 경향도 깨고 싶다"며 웃었다.
권상우는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위치' 인터뷰를 진행하고 "새해의 포문을 열 수 있는 즐겁고 해피한 가족 영화"라며 '연초부터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내 영역 밖의 책이면 선택을 안 하는 게 있는데, 이 역할은 나 말고 누가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역할에 대입했을 때 내가 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며 "이런 대본이 감동도 주고, 웃음도 주고, 가족과 함께 볼 수 있어서 최고인 것 같더라, 특히 우리 딸, 아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당장은 외국에 있어서 못 보겠지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다.
극 중 안하무인 톱스타에서 매니저로 바뀌는 박강으로 분한 권상우는 "영화적으로 재미를 주기 위해서 설정이 과장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솔직히 다르지는 않다"라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않나, 어쩔 땐 짜증 날 때도 있는데, 어떤 매니저한테는 그렇게 보였을 때도 있을 것이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 물론 그렇게 비인간적이진 않다"라며 웃었다.
"박강은 불쌍하고 외로운 인물"이라고 말한 권상우는 "저도 바쁘게 촬영하고 지내지만 가족들이 다 떨어져 있으니까, 남들이 보면 유명한 배우고 그렇게 보이겠지만 갑자기 하루 쉬는 시간이 생기면 그냥 운동하고 차 타고 뭘 먹을까 돌아다니다가 어디 가려고 하면 혼자 들어가기 뭐해서 집 가서 라면 먹고 TV 보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박강이란 배우도 그런 것 같더라, 화려한 삶을 사는 톱스타이지만 그 안에 공허함이 있기 때문에 스캔들도 있고, 외로우니까"라며 "저 사람 외로워서 저러는 거다 느끼면서 보니까 미워 보이지 않았고, 충분히 공감하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권상우는 드라마 '슬픈연가'(2005)에서 나온 일명 '소라게' 신을 '스위치'에서 패러디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우려스러웠다"고 입을 뗐다.
그는 "대본에서부터 있던 장면인데 이걸 했을 때 재밌을까 싶었고, 과감하게 찍었지만 편집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거기서 많이 웃으신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의 부메랑 신도 있었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더라, 그것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대표작인 '천국의 계단'을 언급,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천국의 계단' 차송주라는 인물이 지금 내 나이가 됐을 땐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지 생각도 들더라"며 "최근에 유튜브에 올라온 '천국의 계단' 하이라이트 편집본도 봤는데 재밌기도 하면서도, 한 번에 다 못 봐서 끊어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20년째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천국의 계단' '말죽거리 잔혹사'(2004) 등 여러 대표작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권상우는 "관심은 당연히 좋고, 감사하다"라며 "오래전 작품을 계속 리마인드 해주는 배우가 몇 명 있나 생각해 보면, 이 부분도 제게 정말 '럭키'(행운)한 거라 생각한다"며 "저는 나이를 점점 먹어가지만, 젊은 친구들은 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 않나, 그런데 이전 작품들을 통해서 내가 누군지 알아줘서 감사하고 신기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처럼 롱런을 이어오고 있는 권상우는 "솔직히 너무 빨리 시간이 흘렀다"며 "최근에 이병헌 선배님과 밥 먹으면서 얘기했는데, 그 형은 30년이나 그랬던 사람이라 내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선배님들이 왜 이렇게 안 쉬고 일하냐고 하길래, 그거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언젠가는 나를 찾아주지 않는 순간이 오지 않겠나, 그래서 지금 신인 때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나 욕심이 더 나고, 지금이 더 진취적이다, 이 시간을 유용하게 잘 쓰고 싶다"고 말했다.
권상우는 지난 2008년 배우 손태영과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현재 손태영과 자녀들은 미국 뉴욕에서 거주 중이다. 그는 자녀들 이야기에 미소를 지으며 근황을 전해줬다.
그는 "아들 룩희가 너무 커서 이제 사춘기라 실제 목소리를 자주 들을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통화하니까 변성기가 왔더라"며 "룩희가 3개월 만에 170㎝에서 173㎝까지 크고, 엄마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또 "일할 때 아내(손태영)가 사진과 영상 통화로 연락이 오는데 딸을 보여주는데 그게 반갑고, 떨어져 있는데 그게 원동력 같다"라며 "작품을 빨리 찍어야 가족들에게 가서 쉬고 올 수 있으니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올해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과 '위기의 X', '커튼콜'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권상우는 '스위치'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그는 "올해는 쉬지 않고, 보람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라며 "그 결과가 '스위치'로 잘 보상받았으면 좋겠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당연히 내가 주인공인 작품만 한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했는데, 올해 '해적: 도깨비 깃발'과 '커튼콜' 등을 하면서 생각이 열렸다"라며 "나에 대한 자신감 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물론 메인 타이틀인 작품을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작품에서 날 필요로 한다면 과감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밝혔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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