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원?” 강남아파트값 아닙니다, 한번 ‘약값’입니다

2022. 12. 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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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억원, 38억원. 강남 아파트 한 채값이라 하면 차라리 끄덕일 텐데 이건 다름 아닌 약 1개값이다.

1회 투약비용이 약 4억원에 달하는 백혈병치료제 '킴리아'의 제작 과정을 보자.

업계 관계자는 "보통 신약 개발에 드는 개발비용이 평균 1조에서 1.5조원이라고 하는데 이런 희귀 질환치료제들은 환자 자체가 적다 보니 임상시험 등 개발에 드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기간도 길어진다"며 "이런 모든 요소를 합하다 보면 치료제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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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약 한 개값이 강남 아파트 한 채값이야?”

44억원, 38억원…. 강남 아파트 한 채값이라 하면 차라리 끄덕일 텐데 이건 다름 아닌 약 1개값이다. 고가 중에서도 초고가 치료제다.

이 같은 초고가 치료제는 대부분 유전자치료제다. 희귀 질환 환자에 쓰이는 약으로, 1회 치료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최근 희소유전병 치료제는 무려 투약가격이 44억원(35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승인한 유전병치료제 4종 중 하나다. 호주 제약사 CSL의 B형 혈우병치료제로, 이 약의 이름은 ‘헴제닉스’다.

38억원(300만달러)인 약도 있다. 미국 제약사 블루버드바이오의 희소 소아신경질환치료제 ‘스카이소나’다. 블루버드의 또 다른 유전성 혈액질환치료제 ‘진테글로’도 280만달러(약 35억원)로 책정됐다.

이 정도 가격이면 굳이 순위를 메기는 게 무의미한 정도지만 최근 이 약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비싼 약으로 불리던 건 바로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치료제 ‘졸겐스마’다. 2019년 FDA 승인을 받은 졸겐스마의 1회 투약비용은 약 26억원(210만달러)이다.

유전자치료제는 왜 이렇게 압도적으로 비쌀까. 우선 유전자치료제는 환자맞춤형이다.

1회 투약비용이 약 4억원에 달하는 백혈병치료제 ‘킴리아’의 제작 과정을 보자. 우선 소아백혈병 환자에게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한다. 이를 미국에 있는 노바티스(킴리아 개발 제약사) 특수 공장에 보내 여러 재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친다.

킴리아. [헤럴드경제DB]

이후 세포배양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 치료기관에 보내 해당 환자에 다시 주입한다. 환자에 주입된 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표적으로 인식, 암세포를 파괴한다.

즉 킴리아는 개인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한 명의 환자에 하나의 공정 과정을 거치는 ‘개인맞춤 치료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개인을 위해 주문 제작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근 승인된 다른 유전자치료제도 비슷하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에 맞춰 제작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제조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3RF]

유전자치료제가 비싼 또 하나 이유는 치료제 적용 대상(환자) 자체가 적다는 데에 있다. 환자가 많으면 그만큼 약 개발비용도 분산된다. 당뇨약, 고혈압약 등이 비교적 저렴한 이유다.

반면 희귀 질환 환자는 그야말로 소수다. 킴리아의 대상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1년에 300명 정도의 소아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신약 개발에 드는 개발비용이 평균 1조에서 1.5조원이라고 하는데 이런 희귀 질환치료제들은 환자 자체가 적다 보니 임상시험 등 개발에 드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기간도 길어진다”며 “이런 모든 요소를 합하다 보면 치료제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료제가 개발된 후에도 정작 환자들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약값에 오히려 심적 고통만 심해질 수 있다. 1회 치료비에 고가 아파트 한 채값을 지불할 수 있는 환자는 극소수다.

[123RF]

고가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실제 킴리아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는 5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후 몇몇 소아백혈병 환자가 킴리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 향후에도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유전자치료제시장이 갈수록 급성장세다. 2021년 20억달러(약 2.6조원)로 파악된 글로벌 유전자치료제시장은 연평균 44.6%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7년에는 184억달러(약 24.5조원)로, 10배 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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