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최민식 앞세운 디즈니+의 베팅 통할까?[OTT읽기]

스포티비뉴스 2022. 12. 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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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어디까지 봤니?]
▲ '카지노' 포스터. 제공|디즈니+

[스포티비뉴스=김상화 칼럼니스트]"우린 10년만에 700억을 벌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예고편 대사)

지난 1월 공개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시작으로 디즈니플러스(디즈니+)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가 어느새 아홉번째 작품 '카지노'까지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뒤를 쫒는 후발주자의 약점 속에 그간 발표된 디즈니+의 한국 드라마 시리즈는 OTT 시청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이성민이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형사록'은 올해의 과소평가된 드라마 1순위로 손꼽아도 될 만큼 잘 만든 작품이었지만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젼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앞서 공개된 '그리드', '키스 식스센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마찬가지. 이는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들'로 착실하게 사용자들을 끌어 모은 또 다른 경쟁자 티빙의 행보와도 대조를 이룬다.

아직까지 ”디즈니+ = 마블, 디즈니 영화 보는 곳“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넘어서지 못한 2022년 한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무려 25년 만에 드라마 시리즈물 복귀를 감행한 최민식, 올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손석구, 그리고 이동휘 등을 앞세운 '카지노'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 '카지노'의 한 장면. 출처|디즈니+ '카지노' 예고편 캡처

도박 업계 대부가 된 영어학원장

이야기는 2015년 살인 혐의로 필리핀 현지 경찰에게 긴급 체포된 차무식(최민식)의 회상에서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악착같이 살아온 차무식은 2000년 대전에서 제법 규모있는 영어학원을 운영하면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 무렵 도박 게임기 관련 수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하들을 닥달하던 안치영(김민재)은 선배이자 현직 경찰 박종현(이문식)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때 박종현은 안치영에게 자신의 죽마고우인 차무식을 만나보라고 이야기 한다.

이 만남을 계기로 차무식은 조금씩 불법 도박 시장에 흥미를 느끼고 대전 지역에 하우스 도박장을 개설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국세청에 도박장 실태가 파악되면서 바지사장 노릇을 하던 안치영은 탈세 혐의로 잡혀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하필 필리핀 원정 도박으로 모든 돈을 날리고 만 차무식은 우여곡절 끝에 납부해야할 탈루 세금 추징금을 대폭 삭감받긴 했지만 당장 이마저도 낼 돈이 없다. 다시 일어서야 할 차무식이 선택한 건 필리핀에서 친분을 쌓은 민석준(김홍파)이 갖고 있던 10년 이상 묵은 악성 채권을 회수해오는 것이었다.

말이 수금이지 상대방은 조폭 및 건달 등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차무식이 택한 방식은 자신의 주먹으로 위협하거나 남의 영압장에서 난동을 피우는 등의 행동이었고 결국 밀린 돈을 하나 둘 씩 받아낼 수 있었다. 술과 마약에 찌든 아버지(김뢰하)에게 늘 맞고 자란 차무식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자 가장 자연스런 방법이었다.

▲ '카지노'의 한 장면. 출처|디즈니+ '카지노' 예고편 캡처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그리는 또 다른 범죄의 공간

'카지노'는 주먹 좀 쓰고 영어학원 운영으로 돈도 제법 만지고 있던 차무식이 어떻게 도박 업계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필리핀에서 엄청난 재력을 마련했는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피 비린내 나는 추악한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이다.

지난 21일 1~3편에 이어 매주 차례로 차례대로 공개되는 총 2시즌 16부작 구성의 이 작품은 최민식, 손석구 등 캐스팅 뿐만 아니라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강감독은 누가 봐도 결코 동정할 수 없는 주인공 차무식을 통해 도박이라는 매개체가 어떻게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다룬다.

호형호제 하다가도 돈 앞에선 배신도 서슴치 않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넘쳐나는 '카지노'라는 공간을 빌어 타락한 범죄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무거운 소재이지만 적절한 속도 조절 및 살짝 유머도 담긴 출연진의 대사를 통해 극의 몰입감을 키워준다.

공개된 초반 분량의 주역은 단언컨대 주인공 무식 역을 맡은 최민식이다. 30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를 맡게 된 그는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거칠게 살아온 차무식이란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 들어갔다. 짧은 분량이지만 청년 시절의 무식으로 출연한 이규형은 마치 대선배와 결합이 된 것처럼 기대치에 부응하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 '카지노'의 한 장면. 출처|디즈니+ '카지노' 예고편 캡처

손석구는 어디에? 호불호 갈릴 수 있는 1~3회 구성

그런데 쟁쟁한 캐스팅을 감안하면 1~3화의 내용은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증이 들 법 했다. 대부분 이야기가 차무식의 과거사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2015년 필리핀에서 살인죄로 긴급 체포된 차무식의 입을 빌어 그의 성장기 부터 도박 시장에 뛰어들게된 2000년대 초반까지의 상황이 상세히 다뤄진다.

시리즈 물이라면 초반에 시청자를 사로 잡아야 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을 감안하면 강윤성 감독의 선택은 극중 차무식의 행동 마냥 위험한 도박임에 분명해 보였다. 이렇다보니 포스터 속 큰 비중을 차지하던 손석구의 얼굴은 화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화려한 동남아판 라스베가스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담배연기 찌든 대전 시내 칙칙한 불법 도박장의 풍경에 난감함을 드러낼 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 역시 이에 대한 의구심이 강했었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때 마침 진행된 영화주간지 씨네21(제1387호)와 가진 그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무식이 어떻게 살아온 인물인지 설명되지 않으면 그 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주인공의 백그라운드가 들어가야 그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납득할 수 있다" (씨네21 인터뷰 중에서)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는 방식 대신 강감독은 정공법을 택해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 차무식이 살아온 그 시절 이야기를 먼저 다루면서 극중 주인공의 각종 행적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한다. 이와 같은 연출 방식은 분명 호불호가 명백하겠지만 말이다. 디즈니플러스 뿐만 아니라 강감독 또한 최민식이란 카드를 앞세워 과감히 베팅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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