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는 사업자” 노조에 과징금 부과한 공정위…노조 압박 본격화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실질적인 제재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정위 판단을 근거로 정부는 노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8일 공정위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이하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20년 부산 일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한국노총 등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고 이를 이행할때까지 레미콘·건설기계 운행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공사 지체를 우려한 건설사는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노조와 조합원의 사업자성 여부였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조합원은 근로기준법상 특수형태근로자(특고)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소속 조합원은 노동자이고, 건설노조는 적법한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건설지계지부소속 조합원은 자신의 계산 아래 자신의 이름으로 건설사와 건설기계·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라고 봤다.
조합원이 ‘특고’ 지위에 있다고 해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공정위는 “대법원은 특고를 일률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당사자간 거래관계, 경제적 종속성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며 “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으니 레미콘 차주 겸 운송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조합 여부와 별개로 2인 이상의 건설기계 대여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라고 결론내렸다. 공정위는 “부산건설기계지부는 건설기계 대여 사업자의 권익을 위해 만든 전국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이하 건사협)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거쳐 건설기계지부 지회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심사관 전결을 통한 경고 조치에 그쳤다.
이번 심의 결과는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사업자단체 규정을 어겼는지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화물연대의 사업자성 여부가 주요 쟁점이기 때문이다. 이태휘 공정위 부산지방사무소장은 “화물연대 관련해서는 지금 계속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부분에 더 상세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특고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점차 폭넓게 인정하는 사회적 흐름에 역행한 판단이라고 본다.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에 편승해 내린 ‘악례’라는 지적이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특수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공정위가 나서 전면 부정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짜놓은 노동자 탄압 프로그램을 공정위가 그대로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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