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신도 모르는 금리… 새해 대출 전략 ABC
“금리보다 비용 따져야”
“R의 공포, 부채 줄여야 하는 시기”
‘높은 금리 탓에, 줄어든 한도 탓에……’ 요즘 대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 많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대출을 지렛대로 활용해 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leverage·차입)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금리에 돈 빌리기가 수월했던 시기에 무리하게 대출받았던 차주의 근심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2023년 새해 대출 전략’은 무엇일까. 28일 전문가들은 소득과 유동 자산, 보유 부채 수준, 필요한 대출 규모 등을 분석해 개인의 재무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해보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계획하고 빚을 줄여가는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도를 높이고 자산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한 시기인 만큼 빚을 갚고 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대내외 시장 및 금리 정책 변화, 대출 목적, 상환 계획, 소득 변화 등에 따라 대출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①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고정금리’… 대출 조건 따져봐야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집단대출을 받아야 하는 A씨는 고정금리를 택할지, 변동금리를 택할지 고민 중이다. A씨는 “금리 차가 크지 않은 데다 내년 금리가 떨어진다는 전망이 있다 보니 선택이 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A씨에게 놓인 선택지는 금리 연 5.4%짜리 변동금리(6개월)형 대출과 금리 연 5.1% 조건인 고정금리형(5년) 대출로, 3년 이내 중도상환수수료율은 1%다.
최근 세계 금융기관들의 금리 전망이 엇갈리면서, A씨처럼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만약 금리가 더 오른다면 금리 상승이 반영되지 않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유리하고, 조만간 금리가 내린다면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낫다는 시각에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부모 자르듯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주의 경제상황과 대출 금액, 금리, 만기, 상환 계획과 비용 등의 개개인이 처한 대출 여건에 따라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은 “단기성 대출이라면 생각보다 금리가 많이 안 내려올 수 있고, 장기 대출 금리는 많이 내려올 수도 있고, 초장기 대출인 경우 금리가 내려왔다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면서 “개인이 2~3년 주기로 오르내리는 금리 수준을 예측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택하는 것은 쉽지 않고, 오히려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개인이 은행에 돈을 빌린다면 일반적으로 고정(금리)형을 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금리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예측과 대응이 가능한 상품을 택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오건영 부부장은 “물론 현금 여력이 충분히 있는 경우라면 변동금리를 택할 수도 있겠지만, 금리 변화를 예측하는 게 어렵고 금리가 더 올랐을 때 차주가 과연 대응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하면 고정금리가 주는 안정감을 택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주춤한 금리가 내년 다시 꿈틀거리면서 금리가 다시 튈 여지가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진형숙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PB팀장은 “고정형과 변동형 대출의 금리 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나, 최근 금리나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다가 다시 가파르게 떨어진 측면이 있고 금리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현재 채권 시장 등 일각에서는 은행채 발행 재개와 경기침체 심화 등의 영향으로 금리가 조만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치솟던 은행권 여수신 금리 상승 기세가 한풀 꺾였다.
최근에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졌다. 고정형 전세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금융채 2년물과 변동형 대출의 기준이 되는 6개월물 금리 격차는 3개월 사이 1.1%p에서 27일 기준 0.05%p로 떨어졌다. 단기채권 금리가 급등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일반적으로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높다. 변동형은 금리 상승분을 그대로 차주가 떠안지만, 고정형은 향후 금리가 오를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가 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현재 경제 전망으로는 내년 중 금리 인하는 없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한 바 있다.
② 금리인하 신호에는 ‘변동금리’… 금리보다 ‘비용’ 고려하라
대출 계획이 있거나 이미 대출받은 경우에도 금융사별 금리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 전환(피봇·pivot) 시점을 두고 크게 ‘내년 중순 이후 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각과 ‘금리 정점 유지 후 2024년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전망이 나뉜다.
국내 5대 은행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상품 금리 조건은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6개월 변동형’ ▲5년간 고정금리 후 6개월 주기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 ▲5년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5년 변동형’ 등이 있다.
만약 6개월 이후 금리 하락이 이뤄진다면 금융사에 돈을 빌리는 차주로선 6개월 변동형이 유리하다. 강현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PB팀장은 “경기침체와 시장 충격 확대 우려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하고 내년 3분기부터 금리가 내린다면, 현재 은행에 돈을 빌리려는 차주로선 고정금리형 대출보다는 6개월 단위로 금리가 회전되는 6개월 변동형을 택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 갈아타기(대환 대출)는 큰 의미가 없다. 대출 갈아타기를 할 때 중도상환수수료 등의 부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갈아탔을 때 금리 차에 따른 수익이 비용보다 더 커야 한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은 “대출 갈아타기를 할 때는 금리보다 여러 비용을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출 만기 전에 상환하는 가계 대출에 대해 0.5~2%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린다. 대환 대출은 기존 대출을 갚고 신규 대출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사 및 대출 상품, 소득과 재직 상태, 신용 변화 여부 등에 따라 대출 조건이 달라질 수 있고 근저당설정비, 수입인지대, 담보조사비용 등과 같은 제반 비용을 새로 내야 할 수도 있다.
금리 추세가 분명하게 꺾이거나 저금리 상품이 나온 경우, 본인의 신용점수가 크게 높아졌다면 대출 갈아타기로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진형숙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실제 금리 인하 시그널이 분명히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가 커지거나, 금리 인하 폭이 확대되면 그때 변동형 대출을 실행하거나, 금리가 더 낮은 조건의 대출로 갈아타기를 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살펴볼 소식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취약차주 대출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 1월부터 1년간 중도상환해약금을 면제하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면제 대상과 면제 폭, 시행 시기 등은 은행별로 다를 수 있다.
③ 떨어진 주식, 빚 내서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올해 증시는 하락장세가 이어졌다. 관점에 따라 현 상황을 두고 떨어지는 칼날처럼 손실 위험이 큰 상태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투자에 나서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출을 활용한 주식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은 “대출 레버리지 투자로 수익화하는 데 성공해본 경험이 없는 초심자에게는 절대 권유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강현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레버리지 투자는 활황장에서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대출받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적절한 차입을 활용해 주식 등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소득과 대출 규모, 금리와 목표 수익률을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투자 기업의 실적과 국내 경제 지표, 세계 경제와 환율 등도 주시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생긴 부채는 차입금리와 투자 대상의 기대 수익률을 냉정하게 비교해 봐야 한다. 2~3년간 월 이자만 갚는 대출이라면, 반드시 만기 때 원금을 어떻게 갚을지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강현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대출을 일부 활용해 주식에 투자하는 접근이라면 연간 대출이자 비중이 연소득(연간 고정수입)의 10%를 넘지 않는 게 적정하다”고 제안했다. 가령, 월 급여가 세후 약 600만원대인 경우 한 달에 내는 이자가 50만~60만원선까지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이는 대출 금리 연 6%, 만기일까지 매월 이자만 상환, 주담대나 다른 대출이 없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같은 소득 수준에서 부양가족이 없고 주거생활비 부담이 크지 않은 경우라면 대출 여력은 좀 더 클 수 있다.
④ 경기침체 속 가장 먼저 할 일은 숨통 조이는 빚 정리
경제침체가 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채를 청산하는 일이다. 불황 조짐이 보일 때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출을 받지 않는 게 좋다. 또 소득에 비해 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다면, 빚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국가들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관측했다. 경기불황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고금리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 최근 LG경영연구원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1.4% 성장하는 데 그치고, 경기 침체에도 물가는 오르는 약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개인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연체가 오래된 대출은 예·적금을 깨서라도 어서 갚아야 한다. 금리가 높은 것부터 갚고, 대출 기한 만기가 가장 빠른 것 순으로 갚는 것이 좋다. 고금리 2금융권 사채, 현금서비스, 신용대출, 카드론은 최대한 빨리 상환해야 한다. 단순히 생활비를 충당하고자 받은 부채라면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등 생활 수준을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소득이 크게 늘거나 보유 부채가 줄지 않는 한, 대출 한도를 늘리기는 어렵다.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을 실행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하에서는 개인의 연소득과 보유 부채가 주요 기준이 된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보는 지표다. 지난 7월부터 DSR 규제 3단계를 적용하면서 차주의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을 수 없다. 쉽게 말해 연 1억원 소득자인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은행권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거나 정책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계대출은 ▲소득·재산 증가 ▲신용도 상승 등이 확인되는 경우에, 기업대출의 경우 ▲재무상태 개선 ▲신용도 상승 등이 확인되면 금리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 인터넷뱅킹이나 영업점 방문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다. 단 정책자금대출, 집단대출 등 신용상태가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품은 금리인하 요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득이 늘었거나 재무상태가 개선됐더라도 부채 비율이 올랐다면 금리 인하 요구가 거절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는 대책성 정책상품도 주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 보금자리론 등 3가지 정책모기지를 하나로 합친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주택가격요건을 시세 6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고, 대출한도를 최대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린 것이다. 금리 수준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배경엔 내년부터 시장금리 상승이 점차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서민·실수요자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한 근로자햇살론(1500만원→2000만원), 햇살론15(1400만원→2000만원), 햇살론뱅크(2000만원→2500만원)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의 한도 확대 적용을 내년 12월 말까지 1년 더 연장한다. 금융사의 조달금리 상승을 고려해 일부 상품의 대출금리를 올리는 대신 서금원이 금리 상승분을 분담해 취약계층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로 했다. 조정된 대출금리·보증료율은 금융권과의 세부 협의를 거쳐 1월초 시행 적용될 예정이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를 이용한다면, 대출 초기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체증식 상환’을 택하는 방법도 있다. 체증식 상환은 이자를 중심으로 갚다가 서서히 월 상환액이 커지는 방식이다. 상환 초기에는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보다 월 납입금이 적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낮은 기간에 목돈을 최대한 모으고, 월 상환 부담액이 불기 전에 갚을 수 있다면 제도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은 “불확실성이 클 때는 변수를 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침체 시기는 신용 관리를 하면서 부채를 줄여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래를 예측해 섣불리 움직이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라며 “금리가 내렸을 때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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