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비행물체가 있다” 하루 50건 신고…‘北 무인기 포비아’
지자체와 공조 안돼 공포감 커져
접경지역 주민 연일 불안감 호소
되레 주민에 “신고 부탁” 안내도
“비행기 굉음 소리가 들린다” “무인기 관련 의심이 된다”
27일 새벽 인천경찰청 112상황실에 하늘에서 굉음이 들린다는 신고가 잇달았다.
이날 오전 0시 41분 최초 신고를 시작으로 중구, 미추홀구, 남동구, 부평구 등 인천 전역에서 신고된 접수만 47건. 신고 내용은 대체로 위와 비슷했다.
이틀 전 북한 무인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해 5시간을 휘젓고 돌아간 뒤여서 주민들은 북한 무인기가 다시 출몰한 것 아니냐는 공포심에 밤잠을 설쳤다.
비슷한 시각, 서울·경기북부와 강원 춘천 일대 등에서도 상공에서 굉음을 들었다는 주민이 속출했다.
춘천에 사는 김모 씨는 “집안을 울리는 소리에 밖을 내다봤는데 하늘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떠 있었다”면서 “평소 비행경로가 아니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한 이후 사흘 연속 수도권 상공에 석연치 않은 기류가 잇따르면서 ‘무인기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주민의 심리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데 있다.
실제 무인기 사태 이후 지자체는 군 당국만 바라보고 있다.
인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는 무인기나 전투기를 식별할 능력이 없어 군 당국과의 핫라인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 “오늘 새벽 굉음 신고가 있었지만 군에서 ‘훈련과정이었다’라고만 밝혀 따로 할 조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국방부에서 상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취할 조치가 제한적”이라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인기를 보면 신고해 달라거나,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대피해 달라는 정도의 안내만 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날 새벽 굉음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관할 경찰서에 알려 군부대에 신고 내용을 전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공군 전투기가 순회 중이다. 특이사항 없다” 뿐이었다.
이날 새벽 굉음에 대해 군 당국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항적이 우리 레이더에 일부 식별됐고 이에 따라 공군 비상대기 전력이 인천과 경기 북부 등으로 전개했다”고 밝혔다. 미상 항적이 북한 무인기의 흔적은 아니라는 데 일단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접경지역 주민과 지자체 등은 경위를 모르고 있다.
전날 오후 강화군민에게 ‘강화군 석모도 지역에 무인기가 관측됨에 따라 주민 여러분께서는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란 내용의 재난 문자가 발송된 것도 군과 지자체의 원만치 않은 공조가 발단이 됐다. 북한군 무인기로 추정됐던 물체는 강화군 해안을 찾은 새 떼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출격한 아군기로 뒤늦게 확인됐다. 군 당국과 지자체의 공조가 원활했다면 ‘무인기 포비아’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연천군 차탄2리 한 주민은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구체적 지침이 제시되지 않아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지자체와 군 당국이 협조를 잘해 불안감을 없애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에도 군 당국은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5시간 체류 상황이 지역 주민들에게 제때 전파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27일 “북한 무인기가 실시간대로 움직이면서 거기에 저희가 추적과 감시를 하다 보니 문자 등으로 알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주민 공지 부분에 대한 관련 규정과 절차를 확인해보겠다”면서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런 것과 함께 조치가 이뤄졌어야 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지역 책임 부대인 17사단을 방문해 관·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 시장은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해 극도로 긴장했을 시민들이 걱정된다”면서 “북한 무인기 출현에 적극적 대응할 수 있도록 군이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군부대와 CCTV 영상정보 상시 제공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안보협력 체계를 강화했다. 또 경보통제소 상황반을 2명 3교대에서 4교대 체계로 변경하는 등 비상 대비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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