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재현되나...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기사내용 요약
엔화 강세에…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재현 가능성 대두
한은 "일본, 내년 4월 마이너스 금리정책 폐기할 듯"
전문가들 "현재로선 우려 낮지만 내년엔 배제 못해"
미 국채 금리 상승·주가 하락→국내 금리 상승
[서울=뉴시스] 류난영 한재혁 기자 = 세계 각국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엔저 정책을 유지해온 일본이 최근 장기금리를 인상하는 등 사실상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2008~2010년 있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재현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22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급격한 엔화 강세와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그동안 초저금리에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한 자금은 3조 달러 가량으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미국에 투자돼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린 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시세 차익과 환차익을 올리는 거래를 말한다. 이런 자금들은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엔화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위험이 크다. 이를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라고 한다. 그동안 엔화 투자자들은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고금리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에 나섰지만, 일본의 금리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지게 되면 투자 매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역외 투자자들이 해외투자 자금을 청산하고 본국으로 회수할 경우 해당 국가 환율 급등, 미 국채와 주식 가치 하락 등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엔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달러 가치 하락) 하고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국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9~20일(현지시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0%로 동결했으나 수익률곡선관리정책(YCC)을 기반으로 한 금융완화 효과 제고를 위해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치 허용 범위를 종전 ±0.25%에서 ±0.5% 범위로 확대했다. 또 장기 국채매입 규모를 내년 3월까지 1개월에 7조3000억 엔에서 9조 엔으로 확대했다. 연간 상장지수증권(ETF) 매입 한도는 기존 12조 엔으로 유지했다.
이는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0.25%로 제한했던 것을 0.5%까지 변동허용폭을 확대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장기 금리의 새로운 상한인 0.5%까지 금리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과 동일한 수준의 조치로 받아 들여졌다.
실제로 일본은행 발표 직후 달러-엔 환율이 137엔대에서 130엔대까지 급락하는 등 향후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철회로 엔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본은 지난 2013년부터 10년 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왔다.
한국은행은 내년 4월 8일 쿠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퇴임 이후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폐기하는 등 본격적인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긴축 전환은 아니라는 일본은행의 입장과 달리 이번 조정을 시작으로 내년 중 추가 정책조정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점진적으로 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4월 쿠로다 총재 퇴임 이후 YCC의 추가 조정, 마이너스 정책금리 폐기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행의 이번 YCC 정책조정으로 엔화 강세와 본국 송환자금 유입 증가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회수 등 국제금융시장에 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까지는 엔화 금리가 미국 등 주요국보다 크게 낮은 만큼 본격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내년부터 일본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하고 미국과의 내외 금리차가 좁혀질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일본은행의 YCC 상한선 확대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3개월 이내 엔화 자금시장 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 등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운용 자산에 대한 절대 수익률 관점에서 신흥국 자산은 물론 미국·유럽 자산들에 비해서도 YCC 조정 이후 엔화 장기자산 수익률은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등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급격한 엔화 강세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 이지만 아직까지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조달과 운용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며 "주요통화 단기금리 수준들과 비교할 때도 여전히 엔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엔화는 캐리트레이드 조달 통화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YCC 조정 이후 엔화 국채금리 상승으로 주요통화들과의 금리 격차가 일부 축소됐지만 종전에 운용중인 신흥통화 등 여타 고금리 자산을 청산하고 새롭게 엔화자산에 투자할 만한 매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곤란하다"며 "다만 최근 엔화 강세와 향후 엔화 추가 강세, 내년 미일 금리차 축소 우려에 따른 엔캐리 자금 청산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해 왔던 일본이 사실상 금리인상으로 선회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아직 까지는 과거 2008년, 2010년도에 있었던 것처럼 급격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당시에는 미국 정책금리가 제로 금리로 빠르게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미국 금리가 많이 낮았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엔화가 많이 낮아 그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년부터 일본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미국은 금리를 동결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내 국채 금리 상승,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 결정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하게 나타나 자산 시장 변동성을 크게 초래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은 아직 물가가 높지 않고, 국채에 대한 일본은행의 비중이 높아 긴축정책을 계속해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경우 일본 보유 비중이 높은 미국 국채 매도와 이에 따른 미 국채 금리 상승 대한 우려가 이어져 국내 국채 금리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본은행 정책 변화로 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미일 금리차 측면에서 엔화의 약세 요인이 되는 상충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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