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논란' 5개월…김순호, 초고속 승진 이어 경찰대학장
경찰 내부에선 "잘 이해 안돼"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경찰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밀정 의혹'을 받으며 경찰국장을 지낸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28일 치안정감·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경찰청 차장에 조지호(54)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경찰대학장에 김순호(59) 경찰국장, 경기남부경찰청장에는 우종수(54)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새 경찰국장에는 김희중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치안감)이 부임한다.
김순호 국장과 조지호 국장은 지난 20일 경찰 계급인 2위인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 모두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치안정감 자리에 올라 '초고속 승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에서 인사검증을 맡았다.
김 국장의 경우 경찰국장 임명 과정부터 지금까지 '밀정 의혹'을 받고 있다. 김 국장은 1980년대 초부터 노동운동을 하며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조직책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1989년 4월 돌연 자취를 감췄고 같은 해 8월 '대공 특별채용'으로 경찰복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을 전후해 인노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전방위로 시작됐다. 김 국장이 사라진 그해 4월엔 대학 선배 최동, 김 국장의 친구 등 관련자 18명이 연행됐고 그중 15명이 구속됐다. 이에 인노회는 공중분해 됐다.
김 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행안부 업무보고 등에서 "인노회 사건과 경찰 특채는 아무 관련이 없다. 1989년 4월 주사파와 단절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당시 김 국장과 인노회 활동을 함께한 동료, 대학 동문 등이 증언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또 입직 당시 대공요원에 홀로 지원해 특채됐고, 인노회 사건을 수사한 홍승상 전 경감과 함께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 대공업무 상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경찰에 입직하기 전 녹화공작 대상자로 28사단에 강제징집되면서 학생운동하던 동료들을 밀고했다는 '프락치 의혹'까지 제기됐다. 녹화공작은 보안사가 민주화운동 학생들을 군에 징집한 뒤 교내 동향 등을 수집하도록 강요한 일이다.
결국 인노회 회원과 성균관대 동문, 강제징집 녹화공작 피해자모임 등 227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진상규명 국민행동'을 결성하고 김 국장 파면을 요구했다. 대공자료는 영구 보존되기 때문에 김 국장이 전향 당시 경찰에 찾아가 쓴 첩보진술서를 공개하면 된다고도 주장했다.
김 국장은 지난 20일 치안정감 승진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지난 9월 자신이 신군부 녹화공작 사업의 피해자라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난달 말 진실화해위는 김 국장의 녹화공작 진실규명 신청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다만 해당 조사는 녹화사업 피해 진실규명에 대한 부분이고 프락치, 밀정 의혹 해소와는 관련이 없다. 앞서 시민단체가 신청한 프락치 의혹 조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파격 승진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논란에 휩싸였던 사람을 두 번이나 고위직에 앉히는 건 내부에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들 한다"며 "불과 6개월 만이라 큰 성과를 낼 시간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국에 힘을 실어주고, 경찰국장이 중요한 승진 자리라는 상징성이 부여됐다"며 "다만 김 국장 퇴직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경찰대학장으로 간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종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그동안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잠시 이동했다가 나중에 다른 자리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초고속 승진에 대해선 인노회, 민주동문회 등이 입장을 낼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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