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국’ 미국서 유기 급증한다는데···
740만마리가 거리 나앉을 위험
인플레이션 탓에 생활비 부담이 커진 미국에서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최근 미국의 동물 복지 단체들은 유기된 개와 고양이를 구조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물 보호소들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가계 예산을 졸라매고 있어서 반려동물이 (보호소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미국 내 2300만 가구 이상이 새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 그러나 뒤따른 인플레이션으로 반려동물 사료비와 병원비 등이 증가하자 유기와 분양 포기가 덩달아 늘어났다.
미 펫산업협회의 지난 9월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중 35%가 현 경제 상황에서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키우던 반려동물 수가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는 기존 반려동물의 사망 외에 비용 문제가 꼽혔다. 사료값과 의료비 등으로 강아지는 연간 500~1000달러, 고양이는 650달러 정도가 소요된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린지 햄릭은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포기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주인이 직장과 주거지를 잃으면서 반려동물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월 중순 기준 약 520만 가구가 집세를 내지 못했다. 미국의 임대료 중간값은 지난 11월 전년 동기 대비 5.9% 올랐다. 2021년과 비교하면 18% 상승했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 740만 마리가 거리로 나앉을 위험에 처했다고 WP는 전했다. 햄릭은 “학생들이 이사하면서 동물을 버리는 게 아니다. 동물을 버리는 것은 직장과 집을 잃은 이들 혹은 집을 옮기며 반려동물을 챙길 여력이 없는 이들”이라며 “전례 없던 일이다. 한계에 달한 이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 반려동물 유기가 늘었다는 점 또한 경제난의 타격을 드러낸다. 빈곤율이 거의 20%에 달하는 텍사스주 앨페소에서는 코로나19 시기 도입된 임대료 지원 정책이 중단된 이후 반려동물 포기가 급증했다고 WP는 전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서는 올해 반려동물이 버려진 사유의 4분의 1 가량이 경제적 이유였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이 비율은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 보호소에서 일하는 미셸 앤더슨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주거에서 쫓겨나거나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보호소에 반려동물을 맡긴다”며 대부분 최후의 수단으로서 보호소를 찾아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자녀에게 밥을 줄지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줄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물단체의 돌봄 여력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WP는 “반려동물을 포기해야만 자신과 가족이 살 수 있는 딜레마”라며 “보호소가 수용 능력을 초과한 경우 절박한 주인은 반려동물을 거리에 버리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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