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대전현대아울렛 영업재개…상인·상권 피해 눈덩이

강수환 2022. 12. 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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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 이어가…인근 상인, 보상받을 길 없어
조속한 재개장 원하지만, 수사 종료 뒤 반년 지나야 가능할 듯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그저 현대아울렛 재개장만 바라봐요. 그거밖에 없어요. 앞길이 캄캄해 속만 타들어 갑니다."

8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 이후 석 달이 지났지만, 언제 영업을 재개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입점 상인들과 인근 상인들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인적이 드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인근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 이후 석 달이 지난 28일 오전 인적이 드문 현대아울렛 인근 길목의 모습. 2022.12.28 swan@yna.co.kr

28일 오전 찾은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인근 용산동과 관평동 일대 거리는 산책하는 주민 외에는 사람이 없어 조용한 편이었다.

용산동 한 주민은 "예전엔 그래도 사람들도 많이 오가고 북적이는 느낌도 제법 있었는데, 아웃렛이 저렇게 된 이후로는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입주업체 272곳 중 약 200개 업체로 구성된 비상협의체에 따르면, 피해를 본 점주와 직원들은 1천200여명으로, 간접 피해를 본 인근 상인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비상협의체가 현대아울렛 측과 보상안 협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11월 1차 피해보상금으로 점주와 직원 등 1천여명에 대한 긴급 생활지원금을 받았다.

이달에 지급된 2차분과 다음 달 4일에 지급될 3차분까지는 협의가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기약 없는 재개장 때까지 남은 지원금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영업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대다수의 직원은 권고사직을 통해 실업급여 혜택을 받거나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재취업하는 쪽을 선택했다.

지하주차장 정리 작업 중인 대전 현대아울렛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 이후 석 달이 지난 28일 오전 대전 현대아울렛에서 지하주차장 정리 작업이 한창이다. 2022.12.28 swan@yna.co.kr

입점 식당 직원이었던 이모 씨는 "재개장하면 아웃렛에 다시 돌아와서 근무하는 걸로 사장님과 결정했다"면서 "당장 생계가 급하기 때문에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다른 식당에서 일당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를 책임져야 하는 대리점주나 중간 관리 매니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대전시에서는 이들에게 최대 2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영업 재개일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입주 상인의 피해를 보듬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연구 비상협의체 대표는 "인근 아웃렛이나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매니저들도 많다"며 "넋 놓고 있다가는 대출받은 돈도 다 쓰게 될 판이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들 무엇이라도 하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입주상인 외에 인근 상권이 더는 이전 같지 않게 되면서 상인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시와 유성구는 아웃렛 영향권인 인근 관평동, 용산동, 탑립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 5천여만원을 들여 지난 11월 소비 촉진 행사를 열기도 했다.

유성구 한 관계자는 "현대아울렛 사고로 인구 유입이 없어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동안 2만7천여명이 행사에 다녀가는 등 해당 기간에는 소비를 끌어냈지만 침체한 상권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빛바랜 작업 중지 명령서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 이후 석 달이 지난 28일 오전 대전 현대아울렛에 작업 중지 명령서가 빛바랜 모습으로 붙여져 있다. 2022.12.28 swan@yna.co.kr

현대아울렛의 피해 보상과 시의 대출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별도의 보상을 받을 길이 없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도 크다.

인근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고정 손님이었던 아웃렛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사라지니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매일 영업하고는 있지만, 월세 등 고정비는 동일하게 지출되다 보니 생활비조차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 남편이랑 부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웃렛 의류 매장를 주 고객층으로 영업해온 인근 수선 업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아웃렛 개장 이후 곧바로 근처에 명품 수선업체를 차렸던 임영묵(65) 씨는 매출이 화재 참사 이전과 비교해 90% 이상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임 씨는 "하루에 손님 한두 명 정도 와야 많이 오는 거다. 사고가 처음 일어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숨만 쉬어도 월세로만 150만원 이상 나가는 상황이라 앞이 캄캄하다"며 허탈해했다.

입주 상인과 인근 상인들이 결국 바라는 것은 대전 현대아울렛의 조속한 재개장이다.

아직 재개장 시기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여름을 재개장 시점으로 예측한다.

지연구 대표는 "우리에게 가장 큰 보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아웃렛이 조속히 재개장하는 것"이라며 "작업중지명령 해제에 따른 현대아울렛 복구 속도와 수사 진척 사항을 볼 때 내년 7월 쯤 재개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참사 수사가 한창인 대전 현대아울렛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 이후 석 달이 지난 28일 오전 대전 현대아울렛한 지하주차장 입구에 '수사 중 출입금지' 안내 문구가 매달려 있다. 2022.12.28 swan@yna.co.kr

대전시 쪽에서는 재개장 시점을 내년 5∼6월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와 관련된 사안이라서 변수가 많은 게 현실이다.

유성구의회 한 관계자는 "상인 피해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시에 조속한 재개장을 요청했는데, 앞으로 6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이 '화물차 배기구 아래 적재물에서 발화했다"고 화재 원인을 밝힌 가운데 향후 수사 마무리 속도에 따라 재개장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해 대전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내년 3월 전에는 수사가 종료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귀띔했다.

최승규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경찰 수사가 끝나고 현장 증거 보전 필요성이 사라져야 본격적으로 재개장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업체를 통한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2∼3개월 소요되며,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소방·전기 공사 등 유지보수가 2∼3개월 걸릴 것이라서 수사가 종료된 시점 이후로 6개월이면 충분히 재개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하 1층에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졌지만, 경찰과 노동청 허가를 받아서 지하주차장 정리 작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수사 중이기 때문에 재개장에 대해 아직은 정해진 바 없고 수사 이후에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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