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음식점 대표 강도살해 “경영권 노린 계획범행”

김모씨가 범행 직후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시장을 배회하고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혔다. 제주동부서 제공

제주동부서, 28일 피의자 3명 구속송치
강도살인 혐의…모두 7차례 범행시도

제주의 유명 음식점의 운영권과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해당 업체 대표를 살해한 혐의로 일당 3명이 검찰로 송치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28일 강도살인 혐의로 50대 남성 박모씨와 김모씨, 김씨의 아내 40대 이모씨를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박씨는 피해자 A씨의 식당 운영권을 가로채기로 마음먹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김씨 부부에게 접근해 금전적인 대가를 약속한 후 범행을 계획 공모해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지난 6월부터 모여 이 같은 범행을 구상하고, 9월부터 모두 7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는 세차례에 걸쳐 피해자 식당 주변에서 고의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다치게 하려다 실패했다. 또 귀가하는 피해자를 폭행하려고도 했고, 피해자 주거지를 침입하려다 비밀번호가 틀려 범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김씨는 결국 지난 16일 낮 12시12분쯤 피해자 집에 침입해 기다리고 있다가 오후 3시2분쯤 피해자가 귀가하자 그곳에 있던 둔기를 이용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앞서 범행 전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가 사는 공동주택에 들어가 현관문 맞은편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김씨는 이날 범행 후 피해자의 집에 있던 다량의 현금 다발을 들고 도주했다. 피해자 집에서 나온 김씨는 2차례에 걸쳐 택시를 갈아타고 옷을 갈아입는가 하면 많은 사람이 모인 전통시장에 들어가 추적에 혼선을 주려 했다. 아내 이씨는 시장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김씨를 태운 후 함께 완도행 배편으로 제주를 벗어났다. 이들은 피해자의 집에서 빼앗은 수표는 바다에 버렸고, 갈취한 현금과 명품가방은 자신들의 거주지인 경남에 숨겨놨다. 이들은 또 범행을 위한 제주 입도 당시 제3자의 신분증으로 승선권을 구입해 배를 탔다. 경찰은 이들의 행동을 감안할 때 완전계획범죄를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피해자 A씨와 가까운 사이로, 자신의 지인인 김씨 부부에게 범행을 사주하면서 현금 2000여만원과 경비 등의 성격으로 3500만원을 건넸다. 또 범행이 성공하면 김씨의 채무 2억원 변제,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 등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수사 초기 경찰에 출석해 범행 당시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공범들에게는 “다 안고 가면 길어야 5년 내 나오게 해주겠다”고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박씨가 피해자와 금전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피해자의 식당 운영권을 완전히 뺏기 위해 살인을 사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씨와 피해자가 2019년 박씨 명의의 토지, 피해자 명의의 건물과 토지를 묶어 공동 담보로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대출금은 피해자 식당의 운영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해자 사망 후 박씨가 토지 담보를 해제하면 피해자 유족들이 수십억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낄 것을 노리고, 박씨가 대신 식당 운영권을 가지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날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며 “(살인)사주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죄송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박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기 등 추가범행도 드러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사도 끝까지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 당시 선박이용 때 신원확인 절차가 허술한 점이 확인된 만큼 항만 여객터미널에 신원확인 절차 강화, 보안체계 고도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또 “고인이 된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