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盧 국민통합 강조"…'복권 없는 사면' 다음 행보는?

이원광 기자 2022. 12. 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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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너럭바위에 엎드려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특별사면 후 첫 번째 일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왜 그렇게 시민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출소 직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통합은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에 대해 "노무현 가문에 대한 모욕"이라며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친노(친 노무현 전 대통령)·친문(친 문재인 전 대통령)계 폭넓은 지지를 받는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경수 출소 후 봉하마을行…"盧, 국민통합 강조 이제야 알듯"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분향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왜 그렇게 시민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며 "남아있는 저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보고싶다. 사랑한다"고 적었다.

김 전 지사의 출소 후 첫 공식 일정이다. 김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번 '신년 특사'에 포함되면서 형기 만료 약 5개월을 앞둔 이날 새벽 0시 출소했다.

김 전 지사는 국민 통합을 강조하면서 이번 신년 특사 조치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 기간 중 최고 과제로 꼽았던 것이 국민통합"이라며 "왜 그렇게 국민통합을 위해 애썼는지 다시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지사는 "어느 정부든 개혁을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모래 위에 성처럼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 아닌가"라며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애타게 갈망했던 국민통합이 꼭 이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출소 직후에도 "이번 사면은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며 "결론적으로 선물을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복권 없는 사면…친노·친문 핵심 김경수 행보에 시선집중

당내에서도 김 전 지사의 '사면 없는 복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형기 약 14년과 벌금 82억원이 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권·사면과 형평성에 맞지 않고 진영 간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김 전 지사를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는 주장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통합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더 큰 국민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런 사면을 하셨다. 대단히 부적절한 사면을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김경수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서서 노무현 가문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MBC 시선집중에서 "김 전 지사는 당연히 복권됐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벌금 약 80억원을 감해주면서 한명숙 전 총리는 벌금 7억원 때문에 못하겠다고 했다. 형평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이제 당내 시선은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를 향한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김 전 지사의 역할론이 부상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다만 복권 없는 사면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로선 민주당은 이재명 당대표 체제 하에서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단계로 친노·친문계 인사들의 특별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다.

박 전 장관은 김 전 지사와 관련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되겠다"며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지켜봐야 될 것"이라며 "당장 급한 것은 몸과 마음을 누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가족들과 오래 떨어졌다"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부인 김정순 씨와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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