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 기운 가득한 2023년…박물관에서 토끼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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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을 맞아 박물관에서 만나보는 토끼 관련 유물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8일 상설전시실에 있는 토끼 관련 전시품 10점을 소개했다.
박물관에는 매를 피해 도망가거나 붙잡힌 토끼를 다룬 그림도 여럿 있다.
박물관은 "우리 문화유산 속 토끼의 여러 모습을 만나면서 토끼를 향한 다양한 시선과 표현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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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 토끼 잡는 상황 담은 옛 그림서는 '제왕의 위엄' 엿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23년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을 맞아 박물관에서 만나보는 토끼 관련 유물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8일 상설전시실에 있는 토끼 관련 전시품 10점을 소개했다.
큰 귀와 동그란 눈망울이 특징인 토끼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중 하나다.
12방위에 따라 각기 다른 동물 얼굴과 사람 몸을 취하는 신을 형상화한 십이지신(十二支神) 중에서는 네 번째 동물이며 '토끼와 거북 이야기' 등 동화 속 단골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개편한 청자실의 대표 유물인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에는 토끼 세 마리가 있다.
고려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향로는 높이가 15.3㎝, 받침의 지름이 11.2㎝에 달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발을 가지런히 모은 세 마리 토끼가 향로를 받치고 있다.
고려청자 중에서는 드물게 다양한 기교를 부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통일신라실에 있는 '토끼상'은 갑옷을 입고 한 손에는 칼을 든 모습이다. 이 토끼상은 누군가의 무덤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 십이지상 중 하나로 여겨진다.
박물관 관계자는 "통일신라시대 능이나 묘는 토우와 같은 작은 형태의 십이지상을 묻었는데, 점차 능묘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면서 갑옷을 입은 형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를 담은 전시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근세관에 전시 중인 청동거울에는 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이 등장한다. 고려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거울은 토끼가 달에서 불사약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다.
서화실에 있는 '둥근 달을 바라보는 토끼' 그림에서도 토끼와 달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에는 매를 피해 도망가거나 붙잡힌 토끼를 다룬 그림도 여럿 있다.
18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여겨지는 '매를 피해 도망가는 토끼'는 바위 아래에서 두 귀를 세운 채 다리를 앞뒤로 짝 펼쳐 온 힘을 다해 도망가는 토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는 매와 대조되는 토끼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조선 후기 화가 심사정(1707∼1769)이 1768년 여름 명나라 화가의 그림을 참고해 그린 것으로 알려진 '매에게 붙잡힌 토끼'는 토끼와 매를 중심으로 주변 동물의 표정을 잘 표현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사나운 매가 토끼를 잡으려는 상황을 그린 그림은 매로 표현되는 제왕의 위엄 앞에 교활한 토끼 즉, 소인배가 움츠린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만 토끼를 주목했을까.
세계문화관 일본실에 있는 에도(江戶) 시대 접시는 백자 위에 푸른 안료로 토끼를 담아냈다. 오른쪽 면에 '봄날의 흰 토끼(春白兎)'라고 글을 새긴 이 접시는 17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은 "우리 문화유산 속 토끼의 여러 모습을 만나면서 토끼를 향한 다양한 시선과 표현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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