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컴맹 할머니가 게임을 시작한 이유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았던 '컴맹' 할머니가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가 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국적의 창이수(65) 할머니는 최근 타이중 지역에 있는 훙광과기대 멀티미디어게임개발응용학부 교수가 설립한 훙광에버그린게임단의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창 할머니는 "점차 게임을 배워가면서 뇌를 쓰는 데 도움이 되고, 게임을 하면서 손재주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중독 위험이 있기에 나쁘다고 알려진 게임이지만, 노년층이 적절히 즐긴다면 창 할머니처럼 뇌 건강에 도움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이 주는 시각, 청각 등 새로운 자극이 뇌 기능 저하 막아
노년기에 뇌 건강이 나빠지는 원인은 크게 △뇌로 가는 미세혈류량 감소 △뇌세포간 연결성 저하 △사회활동 감소로 인한 스트레스 등 총 세 가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새롭고 다양한 것을 경험하며 꾸준히 운동하라고 하지만, 실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때 게임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게임은 시각, 청각 등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주면서 뇌세포 간 연결성을 강화한다. 뇌 세포 간 연결성을 강화하려면 새로운 걸 계속 경험하고 배워야 하는데, 다양한 도전 과제를 주는 게임은 이러한 연결성 강화에 적합한 셈.
실제로 게임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독일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연구소(the Max Planck Society)'는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지속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두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집단에 하루 30분씩 두 달 동안 '슈퍼마리오64'라는 게임을 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뇌의 변화를 관찰했는데, 그 결과 게임을 한 실험군에서 뇌 신경세포의 세포체가 위치한 회백질(Grey matter)이 증가했다. 회백질은 기억 형성이나 공간 탐색, 손의 미세 운동 능력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즉, 게임이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공간 방향 기억 형성이나 전략 기회뿐만이 아니라, 미세 운동 능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증가가 촉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 게임, 도덕성 강화에 도움
게임을 하면 개인 도덕성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술지 '사이버심리, 행동, 사회연결망(Journal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에 발표된 매튜 그리자드(Matthew Grizzard)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캠퍼스(University at Buffalo, 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팀의 연구 결과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185명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하게 했다. 이 게임은 도덕 영역 5가지(공정성/상호이익, 돌봄/피해, 집단 충성심, 권위에 대한 존중, 순수성/존엄성) 중 2가지를 위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게임은 테러리스트가 되어 상대를 저격하는 방식이며, 일상생활에서 죄책감을 느낄만한 행동들을 하게끔 했다. 게임을 마친 실험참가자들은 죄책감이 드는 정도를 등급으로 표시했고, 도덕성에 기초한 설문 30개 항목에 답변했다.
그 결과, 대부분은 가상 세계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에 죄책감을 느꼈고, 폭력성과 관련된 도덕 영역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연구를 통해 게임이 도덕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 민감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체중 감량뿐 아니라 환각 통 치료에도 활용
한편, 게임은 뇌 건강과 도덕성뿐 아니라 체중 감량에도 효과적이다. 살을 빼고 싶다면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것이 도움 된다는 연구가 있다. 학술지 ‘식욕'(Journal Appetite)을 통해 발표된 재키 안드라데(Jackie Andrade) 영국 플리머스대학(Plymouth University)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18~30세 실험 참가자 100명에게 원하는 욕구와 욕구의 강도를 자세히 물은 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3분 동안 테트리스를 하게 했고, 또 다른 그룹은 '곧 게임이 시작될 것'이라며 로딩을 기다리게 했을 뿐 실제로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분 후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욕구와 욕구의 강도를 다시 조사했을 때, 테트리스를 한 실험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욕구가 24%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안드라데 교수는 "인간의 욕구는 일반적으로 몇 분 정도 지속되는데, 테트리스를 하면 욕구와 관련된 이미지를 상상하는 데 방해를 받아 욕구가 줄어들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식전에 잠깐 즐기는 테트리스는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AR) 게임 등의 등장으로 게임을 하면서 신체 활동량도 늘릴 수 있다.
가상현실(VR) 게임은 환각지 환자 치료에도 적극 사용된다. 환각지는 사고로 인해 팔다리가 절단된 환자가 마치 자신의 절단된 사지가 아직 존재하는 것으로 느끼는 일이다. 환각 통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각지는 재활뿐만 아니라 실재하지 않는 통증으로도 치료받게 된다. 그러나 환각 통은 치료가 쉽지 않고, 통증이 극심하고 기능 저하도 발생하기 때문에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의학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환각지 환자를 위해 특수 개발된 VR 게임이 환각 통증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환각지 환자는 VR 게임을 통해 절단된 사지를 움직이며 게임 내에서 절단된 사지를 움직였다. 이러한 운동은 절단된 사지의 통증을 줄이고, 기능 또한 향상할 수 있는 효과를 보였다.
건전한 게임 생활은 건강에 유익
물론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 게임 역시 지나치면 중독 위험이 있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따라서 일주일에 3번, 20~30분 정도 짧은 시간 여러 번 하는 것이 좋다.
뇌 혈류가 약한 노년층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등 신체 활동량을 늘려야 혈행 개선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실내에서 운동하는 '피트니스 게임'을 하거나 야외에서 즐기는 '증강현실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능력과 창의력을 강화하려면 건물이나 물건을 만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권장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장년층이라면 총싸움 게임처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되는 게임이 있다. 또, 사회성을 배워야 하는 청소년은 여러 접속자와 협력이 필요한 역할 수행게임을 한다면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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