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새떼 이어 풍선에 `화들짝`… 전투기 출격에 주민만 `깜짝`

이틀째 北무인기로 오인 출동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28일 군 당국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정체불명의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추정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지만, 무인기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의 새 떼에 이어 이번엔 '풍선'을 무인기로 오인한 것이다.

군에 따르면 이날 새벽 정체를 알 수 없는 항적이 레이더에 일부 식별돼 비상대기 중이던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 인천과 경기 북부 상공 등으로 전개했다.

레이더에 항적이 포착된 상공에서 공군 조종사가 눈으로 확인한 물체는 풍선의 모습이었다. 이에 군은 항적이 북한 무인기의 흔적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당시 항적과 출동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정확히 어떤 물체였는지 추가 분석할 방침이다.

이날 공군 전투기가 출동하는 과정에서 인천과 경기 고양, 서울 일부 지역에서 새벽 0시 40분쯤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랐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한다는 A씨는 "엄청나게 큰 괴소음이 나서 경찰에 문의했다"면서 "무인기로 난리인데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SNS)에도 '굉음이 들려서 온 가족을 깨웠다', '이 시간에 전투기가 날아다닌다', '가까이서 크게 들렸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1시쯤 강화군 지역에선 정체불명의 항적이 레이더에 포착돼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으나 새 떼로 확인됐다. 강원 원주와 횡성에서도 북한의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관측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역시 새 떼로 확인됐다.

군은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의 영공 침범 이후 정체불명의 항적을 무인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 긴급 출격하는 등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당시 북한 무인기에 100여 발의 사격을 가했는데도 격추에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는 전장이 2ｍ 이하로 레이더상으로는 몸집이 큰 조류와 비슷하게 나타나 과거에도 새 떼를 무인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지난 2019년 7월에도 기러기로 추정되는 새 떼를 무인기로 오인해 KF-16 전투기가 출격하는 일이 있었다.

합참은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박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