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보조금 31조원, `김일성 세미나` 등 부정수급 적발은 34억 불과

김미경 2022. 12. 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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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부처별로 보조금 집행 현황을 자체 감사하기로 했다. 지원단체 선정 과정부터 투명한 회계처리, 보조금 사용 적합성 등을 꼼꼼히 따져 보조금 집행사업을 과감하게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수석은 "윤석열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며 "이는 정의기억연대 등의 보조금·기부금 부적절 사용 논란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민간단체 보조금에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 전체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그 바탕 위에서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4665억 원 규모다. 2016년 3조5600억 원에서 2022년에는 5조4500억 원으로 2조 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연평균 4000억 원 정도가 증가했다. 각종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을 모두 포함된 수치다.

올해 보조금 지원 내역을 세부적으로 보면 총 지원액 5조4500억 원 중 부처에서 단체에 직접 보조한 금액이 1조4500억 원,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매칭펀드로 민간단체에 지원한 금액이 총 4조 원(정부 2조 원, 지자체 2조 원)이다.

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원한 민간보조금사업이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수조사에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시민단체에 1조222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단, 이번 조사에는 지자체 사업과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민간에 지원한 금액, 각 공공기관이 민간단체에 지원한 금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조금을 받은 지원단체 수는 2016년 2만2881개에서 7년간 4334개가 증가해 2021년에는 2만7215개가 됐다.

이 수석은 "이번 조사 결과는 각 부처의 기초적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것"이라며 "앞으로 부처의 전수 점검이 진행되면 좀 더 상세하고 정확한 금액이 산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민간단체 지원 보조금이 급격히 증가한 것과 달리 부정수급·집행 적발내역은 미미하다. 정부가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사업은 총 153건, 환수금액은 34억원에 그쳤다. 평균 2000만 원 정도 환수했다.

이 수석은 "전체 사업대비 (부정 수급·집행) 적발 건수가 미미한데다, 부처가 적발하지 못한 각종 문제가 언론이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밝혀지는 등, 민간단체 보조금 관리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원금액이 30조원이 넘는데도 적발건수는 153건 34억원이라는 것은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처가 파악한 대표적인 문제 사업은 △ 청소년상담지원 사업에 상담 참가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를 과다 수급하고 허위로 용역비를 지급한 것을 적발해 총 지원비 48억 중 8억9000만 원 환수 △ 2018년과 2019년 지역일자리창출 사업에 보조금을 받은 후 허위출석부를 작성해 2억 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소송 중인 시민단체가 2020년 대통령표창을 받음 △통일단체가 행사를 진행하며 식대를 이중 집행해 회수 조치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사업에서 총 10건의 문제있는 회계처리가 발견돼 회수한 사례 등이 있다.

또 사업목적과 무관한 정치적 활동에 보조금을 사용한 사례도 △행안부, 경기도, 안산시가 공동으로 6년간 110억을 지원한 세월호 피해지원사업에서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 가족들의 펜션 여행 등에 사용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으로 현충원 탐방 보조금을 받은 후, 정치인을 초빙해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전액 회수) △단체 대표가 SNS에 '공산주의 추구', '반미친러'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단체가 '가족소통사업'에 참여해 보조금 수령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비'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정치단체로 지원 등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부처별로 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면적인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사업은 과감히 정비하기로 했다. 이 수석은 "과거 지원사업을 관성적으로 계속해 오던 것에서 벗어나 지원 필요성, 효과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 보조금 관리체계도 개선한다. 보조금 사업 중 60%상당을 차지하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은 부처의 지원금이 일정 부분 투입됨에도 지자체가 관리를 전담하고 있어, 부처는 어느 수행기관이 선정돼 어떻게 돈을 쓰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개선해 앞으로 지자체 보조금 사업도 부처의 책임 하에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보조금법상의 허술한 관리 규정도 보완한다. 현행 보조금법에는 사업금액이 10억 원 이하는 회계감사 면제, 3억 원 이하는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도 면제다. 또한 사업 중간 점검, 현장 조사도 의무가 아닌 재량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온라인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개편할 계획이다. 온라인상에서 보조금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관리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하며,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바로 파악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부처의 국고보조금을 관리하는 'e나라도움'의 경우, 사각지대가 있다.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상위 사업자의 사업 내역은 관리되고 있으나, 상위 사업자가 사업을 나눠준 2, 3차 하위사업자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 지자체도 별도 보조금 관리 시스템이 없다. 지방재정회계시스템 'e호조'의 일부 기능을 활용하고 있으나 보조금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매우 부족하다. 보조금을 사업자 계좌로 선지급한 후, 사후 증빙은 전산 입력이 되지 않고 수기로 관리하는 실정이라 부정의 소지가 크다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현재 e호조 시스템을 고도화해 '지방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조금 전 과정 관리, 온라인 공개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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