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문재인 때 사고 추모’ 극우단체 펼침막…“이게 정치적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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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 주변 도로를 따라 지난 5년간 발생한 사건·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펼침막 14개가 걸려 있다.
당장 펼침막에 인용된 사건·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극우단체가 추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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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유족 “추모 연락도 받은적없어”
변협, 집회시위 가처분 계획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 주변 도로를 따라 지난 5년간 발생한 사건·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펼침막 14개가 걸려 있다. 신자유연대 등 극우단체가 최근 걸어둔 것이다. 펼침막마다 ‘문재인 정권 때 OO사고 사망하신 분들을 추모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인천 영흥도 선창 1호 전복(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017년) 등 각종 전복 및 화재 사건, 광주광역시 학동 철거건물 붕괴(2021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2022년 1월) 등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14건의 사건·사고다.
극우단체 속셈은 간단하다. ‘이태원 참사가 왜 윤석열 정부 책임이냐’는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국민의힘 쪽 주장을 거들겠다는 것이다. 참사 예방과 초기 대응 실패 등 정부의 구조적 문제가 일차 원인으로 지목된 이태원 참사와는 발생 원인과 성격이 다른 사건·사고를 모아 놓고, ‘그럼 이건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당장 펼침막에 인용된 사건·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극우단체가 추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펼침막에 언급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 유족 김아무개씨는 28일 “추모를 한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 왜 본인들 마음대로 그런 (펼침막을) 거는 것인지 모르겠다. 동생이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하루도 동생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는데, 그런 식으로 이용하니 화가 난다”고 했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 희생자 가족협의회 안정호 대표는 “(이런 방식은)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은 참사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는데, 이런 펼침막을 만드는 일 자체가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두 참사(아이파크·이태원) 당사자들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했다.
현행법상 펼침막 철거는 어렵다. 집회 및 행진 신고를 하고, 여기에 필요한 용품이란 명목으로 설치할 경우 옥외광고물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진의씨는 “철거를 빨리 해달라고 구청에 문의했지만 집회 허가가 돼 있고, 보수단체 회원들도 상주하고 있어 강제 철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족들 모두 화가 나 있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용산구청 건설관리과는 “일반 시민들로부터 철거 요구는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현행법상 그렇게 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시민분향소에서 이뤄지는 종교 행사와 집회에 대한 방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족 쪽은 법적 조처를 할 방침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유족들에 대한 법률지원과 진상규명, 대책 마련 등을 뼈대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법적 조치들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25일 밤 희생자를 위한 성탄절 미사 때에도 바로 옆에서 집회를 연 극우단체는 ‘징글벨’ 등 캐럴을 트는 등 가족과 시민들의 미사를 방해한 바 있다. 이에 대한변협은 이르면 2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률상 폭행이나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집회·시위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조항에 근거해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집회·시위금지 가처분을 낼 계획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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