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韓 따돌린 대만 반도체…"中 견제 공급망 재편서 최대 수혜"

김종성 2022. 12. 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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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美 반도체 시장서 대만 점유율 7.7%p 상승…"韓, 8% 투자세액공제율 높여야"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만이 가장 많은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반도체는 미국 시장에서 대만에 역전 당하며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사진=삼성전자 ]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기회 및 위협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우방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수입을 대폭 줄이고 대만과 베트남으로 공급처를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9.7%에서 지난해 17.4%로 7.7%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30.1%에서 11.0%로 급감했다. 이 기간 베트남 비중도 2.6%에서 9.1%로 6.4%P 상승하며 중국의 빈자리를 대체했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11.2%에서 13.2%로 2.1%P 늘어나는 데 그치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반사이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한국이 반도체 산업이 과도한 중국 의존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새로운 수요처 확보를 위해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메모리반도체, 반도체 장비, 반도체 소재 등 반도체 관련 품목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관련 품목별 중국 수출비중은 시스템반도체 32.5%, 메모리반도체 43.6%, 반도체 장비 54.6%, 반도체 소재 44.7%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도 반도체 자급률 향상에 주력하고 있어 중국에 편중된 반도체 수출을 다른 국가로 다변화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작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21.6%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의 주요국 점유율 [사진=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주요국 대비 낮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율과 장비·소재의 높은 해외의존도가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 매출 대비 R&D 비율은 한국이 8.1%로 미국(16.9%), 중국(12.7%), 일본(11.5%), 대만(11.3%) 등 주요국 중 가장 낮았다.

한국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경쟁국에 비해 높아 공급망 교란에 취약한 구조다. 작년 기준 수입금액 1만 달러 이상인 반도체 장비 품목 80개 중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품목이 30개로, 그 비중(37.5%)이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도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품목의 비중은 한국(18.2%), 대만(16.7%), 미국(7.8%) 순이었고, 중국과 일본은 0%였다.

연구원은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확대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장비·소재의 자립도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대만도 지난 11월 반도체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데 그쳐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있어 투자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 지연과 세계 경제 둔화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이 급증하고 있다.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은 과감한 선제투자에 달려있지만, 반도체 시황 악화로 주요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축소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세제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도원빈 무협 연구원은 "대만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하고 있는 지금이 미국 시장을 선점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구도에 참여해 핵심 장비·소재 수급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 영역에서 초격차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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