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게 그려낸 사랑의 형상…영화 '3000년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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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턴 분)는 이스탄불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나이팅게일의 눈'이라 불리는 유리병에 시선을 빼앗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기념품으로 푸른색 사선 무늬가 있는 작은 병을 구매한다.
그러나 알리테아는 자신이 아는 한 소원에 관한 이야기에 해피엔딩은 없다며 거부한다.
알리테아는 기나긴 이야기 끝에 "우리의 고독이 하나가 됐으면 한다"며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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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턴 분)는 이스탄불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나이팅게일의 눈'이라 불리는 유리병에 시선을 빼앗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기념품으로 푸른색 사선 무늬가 있는 작은 병을 구매한다.
유리병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아내던 알리테아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굉음과 함께 병의 뚜껑이 열리면서 황금빛을 띠는 거대한 몸집의 정령(이드리스 엘바)이 나타난 것.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줘야만 하는 정령은 알리테아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알리테아는 자신이 아는 한 소원에 관한 이야기에 해피엔딩은 없다며 거부한다.
영화 '3000년의 기다림'은 알리테아가 소원의 정령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3천 년 동안 자유를 갈망하던 정령은 현재 삶에 만족한다며 바라는 게 없다는 알리테아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만나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신의 친족이었던 시바 여왕과 그를 사랑했던 솔로몬 왕, 왕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노예 걸텐, 11세에 왕이 된 소년과 여자 거인,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갈망한 제피르까지. 알리테아는 기나긴 이야기 끝에 "우리의 고독이 하나가 됐으면 한다"며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요구한다.
늘 외로움과 함께 해 자신이 고독하다는 것조차 몰랐던 알리테아가 초월적 존재인 정령을 사랑하게 되는 모습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에서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진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정령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알리테아가 만들어 낸 환상일 수도 있는 이 존재는 멋대로 몸집을 부풀렸다가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로 우리를 인도하지만 실존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랑의 형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영화는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A.S.바이어트의 단편소설 '나이팅게일 눈 속의 정령'(The Djinn in the Nightingale's Eye)을 각색했다. 1990년대 후반 원작을 처음 접했다는 밀러 감독은 "인생의 신비와 모순을 잘 함축해서 담은 작품이라 느꼈다. 오랫동안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았다"며 영화화를 결심한 계기를 밝힌 바 있다.
밀러 감독은 '천일야화' 속 액자식 구성을 택해 이야기 하나하나를 책의 개별 챕터처럼 표현해내며 각 이야기가 가진 고유한 향수를 신비롭고 매끄럽게 담아냈다. 톰 홀켄보그 음악감독과 1년 동안 함께 멜로디 작업을 한 끝에 만들어냈다는 음악은 환상성을 더한다.
국내에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로 잘 알려진 배우 틸다 스윈턴과 '토르' 시리즈의 문지기 헤임달 역으로 얼굴을 알린 이드리스 엘바의 연기는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이드리스 엘바는 눈빛 연기만으로 정령이 살아온 3천 년의 시간과 우여곡절을 표현해낸다. '알라딘' 속 지니처럼 장난기 넘치는 짓궂은 성격으로 그려졌던 것 기존 정령과 상반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한다.
밀러 감독은 "극장에서 관객이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처럼 우화 소설에 기반한 이야기는 일종의 꿈이다. 관객을 꿈속으로 초대하고, 그들이 이야기에 매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내년 1월 4일 개봉. 108분. 15세 관람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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