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 '혼천시계', 260년만에 복원

절기·시각·음력 알려주는 전통 천문시계
국립중앙과학관, 내년 봄부터 전시 예정

복원된 홍대용 혼천시계 혼천의(左)와 자명종. 사진=중앙과학관 제공

문헌으로만 전해졌던 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혼천시계'가 260여년 만에 복원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이 2년간 연구를 통해 조선 전통의 천문시계를 재탄생시켰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복원한 혼천시계는 조선후기 북학파 천문학자 홍대용과 호남의 과학자 나경적이 1762년에 창제한 기계식 천문시계다. 홍대용의 저서인 담헌서(湛軒書) 농수각의기지(籠水閣儀器志)에 '통천의'(統天儀)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 시계는 천체의 운행을 통해 날짜와 시각을 알려주는 혼천의(渾天儀)에 추의 힘으로 작동하는 자명종을 연결했다. 혼천의 안에 태양을 상징하는 태양진상(태양 모형)이 일년의 절기와 하루의 시각을 알려주고, 달을 상징하는 태음진상(달 모형)이 음력 날짜를 알려준다.

앞서 1669년 제작된 송이영의 혼천시계를 계승·발전시킨 것으로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장영실 '흠경각 옥루'를 복원한바 있는 윤용현 과장은 한국천문연구원 김상혁·민병희 박사, 문화유산연구소 길의 기호철 소장 등과 함께 통천의를 복원했다.

이들은 문헌과 기계식시계 등 유물 분석, 복원모델 실험을 거쳐 원형에 충실하도록 작업을 했다. 연구진은 고려대 박물관과 서울대 박물관 자명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동력발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의 혼의 유물을 토대로 복원모델을 설계했다. 또 지난해 타종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황윤석의 '이재유고'에 서술된 자명종 기어비를 토대로 완성도를 높였다.

혼천의 중심에는 당시의 세계지도를 나타내는 지평판(地平板)이 있는데, 연구진은 국립중앙과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10여 개의 조선후기 고지도에서 지평판의 모델인 '천하도'를 채택해 복원에 활용했다.

이석래 관장은 "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에 이 혼천시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품을 만들겠다"며 "현재 복원돼 실험 중인 자격루의 동력 전달 장치인 주전(籌箭) 전시품과 함께 내년 봄부터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원된 홍대용 혼천시계. 사진=중앙과학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