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없는 사면' 김경수 "받고 싶지 않은 선물"
28일 새벽 특별사면으로 출소… 첫 일정 노무현 묘역 참배
與 "김, 반성의 기미 전혀 없어" 野 "국힘, 김경수 두려웠나"
김경수 향후 정치 행보 주목 "친문 구심점" "운신 폭 좁아"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댓글 여론조작으로 복역 중이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새벽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그는 창원교도소 출소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면은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것”이라며 “(윤 정부는 사면 이유를)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말하시는데 통합은 이런 방식의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28일 오전 출소 후 첫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했다. 그는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왜 그렇게 시민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며 “남아있는 저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가 인정돼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포함한 여·야 정치인 9명과 공직자 66명 등을 사면했다. 김 전 지사의 경우 '복권 없는 사면'으로 2024년 총선은 물론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내년 5월까지인 잔여 형기만 면제한 것이다.
김 전 지사 사면을 놓고 정치권은 공방 중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복권 없는 사면'을 비판했다.
전 의원은 “사면의 역사를 보면, 앞으로 정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달랑 5개월 남은 형기만 사면해주고 복권해주지 않은 사례가 있었느냐”며 “(박근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 피선거권 제한이 필요 없는 사람들은 복권해주면서 뻔히 정치를 해야 할 사람에게는 사면만 해주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당연히 복권했어야 했다”며 “김경수 지사를 복권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 국민의힘 입장에선 다시 정치보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없다.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를 했는데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출소 전 김 전 지사는 자필 가석방 불원서를 통해 “처음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해 온 나로서는 (가석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유죄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여론 조작은 굉장히 위중한 혐의”라며 “우리나라 같이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 댓글 조작으로 선거를 뿌리째 흔들어댔다”며 “여기에 대해 진실로 반성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김 전 지사 정치 활동 가능성에 “(정치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몰상식하고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게끔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에 언론의 이목이 모인다. 한겨레는 28일자 4면에 “'복권 없는 사면'인 탓에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정치적 구심점이 없던 친문재인계가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세력 결집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숨죽여온 친문계가 김 전 지사 출소를 계기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일보는 관련 기사 제목을 “피선거권 복권 없는 사면 김경수, 민주당 '메기' 될까”라고 뽑으며 당내 기대감을 전하면서도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물론 문재인 정부를 향하고 있는 점도 그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이라며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계파를 떠나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봤다. 이 대표와 별도 노선을 걷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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