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산 넘어 산’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 속도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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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으로선 조합의 미래가 불투명해 선뜻 출자금을 내놓기 망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기악화로 기업들이 경비지출을 줄이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억대 출자금은 부담인 게 사실"이라며 "공제조합의 보험경쟁력이 떨어져 수익을 내기 어렵고,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지 못해 추가 출자금을 내야 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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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으로선 조합의 미래가 불투명해 선뜻 출자금을 내놓기 망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설립을 추진하는 ‘소화물 배송대행 공제조합(배달업 공제조합)’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우아한형제들·요기요·쿠팡이츠 등 9개 업체를 불러 모아 조합 설립 협약을 했다. 배달기사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목표했던 연내 설립인가 신청을 완료했지만 배달업 공제조합의 사업성을 두고 여전히 참여기업들의 의견이 엇갈려 설립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0개월이 지나도록 출자금 분담 규모조차 확정 짓지 못해 합의까지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업 공제조합은 ‘배달기사를 위한 저렴한 보험을 출시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륜차(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배달종사자가 급증했지만 이들의 보험가입률은 저조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륜차 유상운송용 보험의 보험료는 평균 204만원(2020년 기준)으로, 가정용 보험료의 11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을 업으로 할 경우 사고율이 최대 15배에 이르는 데 따른 보험사의 보험료 책정으로 보험가입률은 19%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기존보다 15% 저렴한 유상운송용 보험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공제조합을 설립한 후 140억원의 출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국토부가 20억원 예산을 지원하고 9개 기업이 사업 규모에 따라 분할 분담하기로 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국토부가 약속한 출자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110억원으로 출자금을 낮췄지만 기업별 분담 출자금조차 정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배달의민족이 47억원의 출자금을 쾌척했지만 아직 업계에선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다.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기악화로 기업들이 경비지출을 줄이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억대 출자금은 부담인 게 사실”이라며 “공제조합의 보험경쟁력이 떨어져 수익을 내기 어렵고,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지 못해 추가 출자금을 내야 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했다.
기업들은 공제조합이 기존보다 15% 저렴한 보험으로 사업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륜차 유상운송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는다. 보험보다 보상에 더 많은 돈을 써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보험사들은 여러 상품을 설계해 수익을 올리지만 공제조합은 사실상 한 개의 보험상품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공제조합의 취지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유명무실한 조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 조합 설립을 위한 첫발을 뗀 만큼 성과 내기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면밀한 사업성 검토와 분석을 통해 참여 기업부터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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