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통장에 돈 넣으면 바보” 금리오르자 저원가성 예금서 64조 빠졌다
급여통장 등 저원가성 예금은 0.1% 수준
시시각각 오른 금리에 3·6개월 만기 짧은 상품 인기
기준금리 정점 지나면…만기 긴 상품 가입 고민해야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예금금리가 5%라는데, 왜 월급통장은 이자가 안붙는 거죠?”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월급통장 등 저원가성 예금에서만 올해 수십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여윳돈을 월급통장에 쌓아놔도 기회비용이 크지 않았으나, 예금금리가 5%에 닿으면서 상황이 바뀐 때문이다. 주식·부동산으로 분산됐던 관심이 온통 금리로 모이면서, 한 푼이라도 더 이자를 주는 수신 상품으로 자금이 발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신한·우리·하나)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486조12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49조6126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불과 1년 사이 63조4898억원(11.5%)가 줄었다. 올 들어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전체 은행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저원가성 예금이란 은행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예금으로 보통예금, 가계당좌예금 등 수시입출식 예금을 말한다. 보통 급여통장이나 카드 자동이체 통장 등이 해당되는데 금리가 연 0.1% 수준에 불과하다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쏠쏠한 자금원으로 통했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저원가성 예금은 여윳돈을 넣어두는 창구로 돈이 몰렸다. 실제 2020년도에는 은행 저원가성 예금에 700조원이 넘는 돈이 쌓이기도 했다. 당시만해도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간 터라 예적금 금리도 1% 수준에 남짓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로 묶여있지 않다보니 언제든 필요시 동원하기도 편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가파른 금리인상과 함께 달라졌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이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안전히 고수익을 올릴 곳으로 은행권 정기예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년 만기 예금은행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0월 1.46%에서 올 4월 2%를 밟은 뒤, 10월 4.49%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과거라면 월급이나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을 저원가성 예금에 쌓아둬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수신상품 금리가 급등하다보니 자금을 놀릴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특히 최근 3~6개월 만기 단기예금도 금리가 올라가면서, 대기성 자금을 저원가성 예금에 집어넣을 이유도 사라졌다.
최근 금융소비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예금금리를 따라가고자 장기 정기예금보다 돈을 쪼개 단기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고금리 특판에 ‘오픈런’이 등장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종 정책금리(터미널레이트·terminal rate)를 5.1%로 제시한 상태고,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것과 같지만, 무조건 단기예금으로 대응했다가는 고금리 수신 상품을 놓칠 수도 있다. 금리가 정점을 찍은 뒤에는, 다시 예금상품 금리가 슬그머니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1~2년 만기 상품 가입 타이밍을 고민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SC제일은행은 “누적된 긴축의 여파 속에서 경제 성장률 측면에서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며 “상반기 중 기준금리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투자기회를 보고 대기하고 있거나, 집을 사기 위해 유동성 확보가 쉬운 계좌에 예치했던 자금들이 거래처를 찾지 못하다가 예적금으로 이동한 것”이라며 “특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3개월, 6개월 등 짧은 기간에 예치하고 해지가 쉬운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는데, 만기에 대한 선호도는 점차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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