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등장한 “월드컵 4강땐 경차 쏩니다”…진짜 있었다고? [여車저車]
현대차는 인지도 높이기 위한 이벤트 진행
“스포츠 이벤트, 브랜드 인지도에 큰 도움”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여러분과 제가 팔아야 할 상품은 ‘월드컵’입니다. 대표팀이 첫 승을 하면 100대, 16강 400대, 결국 4강에 오르면 1000대의 경차를 이벤트로 내걸 겁니다.”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2002년 월드컵 4강 이벤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작중 재벌가 순양그룹의 3세로 인생 2회차를 살게 된 진도준(송중기 분)은 이미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자동차 마케팅에 활용한다. 진도준의 마케팅 덕분에 매각 위기에 놓였던 순양그룹 계열사 순양자동차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다.
실제로 당시 완성차 업체들은 월드컵을 활용한 활발한 마케팅을 벌였다. 완성차 업체들이 당시 마케팅에 나선 것은 스포츠를 활용한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국산차의 입지가 미흡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은 국내 완성차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당시 매각 이슈가 있던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가 월드컵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차는 대한민국이 월드컵 8강에 진출할 경우 2001년 5~6월 신차 ‘누비라 II’를 구매한 고객에게 현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할부 이자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누비라 II는 2001년형 모델의 출고가는 780만~1011만원 사이였다. 고객은 최대 12%에 달하는 차량 가격을 실제 돌려받았다. 당시 누비라 II를 구입한 고객은 총 2763명으로 27억6000만원의 금액이 고객에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 당시 대우차는 2000년 최종 부도 처리된 후 법정관리를 받고 있었다. GM과 포드, 현대자동차가 대우차 인수를 노렸지만, 심각한 부채로 인해 번번이 무산됐다. 당시 치열한 노사 분규도 사회적인 관심사였다.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나온 차량이 준중형 패밀리카 콘셉트의 2001년형 누비라 II였다. 대우차 재기라는 희망을 ‘월드컵 8강’이란 희망에 담아 누비라 II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이후 대우차는 GM에 인수돼 부활에 성공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에도 가장 큰 고민거리가 기존 대우자동차가 가지고 있던 ‘부도’와 ‘노사갈등’과 같은 나쁜 이미지였다”면서 “이런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당시에 활발한 마케팅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당시 월드컵 공식 파트너사로 본선 진출 32개국을 순회하는 ‘승리 기원 축구공 투어’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상징하는 4.5m의 대형 축구공 32개를 항공기나 선박으로 본선 진출국에 1개씩 수송한 뒤 해당 국가 전역을 돌며 자국의 승리와 페어플레이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메시지를 담았다.
현대차는 이벤트를 통해 월드컵 염원을 담는 동시에, 세계 각국에 현대차의 이름을 알리려 했다. 2001년 현대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1.5%, 미국시장 점유율은 2.0%였다. 국내에서 48.4%의 시장점유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신차 모델도 선보였다. 2001년 도쿄 모터쇼와 2002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소형 월드카 TB(프로젝트)’를 공개한 것이다. 해당 차량은 현대자동차가 이전에 구현하지 않았던 전륜구동 해치백이었다.
이 차는 월드컵 기간인 2002년 5월 국내 시장에서 ‘클릭’이란 이름으로, 해외시장에서는 ‘겟츠(GETZ)’로 판매됐다. 클릭은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부진했지만, 겟츠는 영미문화권을 중심으로 호평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올해의 소형차에 두 차례(2003년, 2005년) 선정됐고, 영국 전문지로부터 가장 실용적인 차(2002년)와 가장 신뢰하는 차(2004년) 상을 받았다. 인도에서는 올해 최고의 차(2005년)에 등극했다. 이후 ‘i20’과 ‘i20 N’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 집계를 통해서도 2002년 마케팅을 통한 홍보 효과는 입증된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경제백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월드컵을 통해 14조7600억원에 달하는 기업 이미지 제고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현대자동차는 자사 집계를 통해 2002년 한일 월드컵 후원을 통한 홍보 효과가 약 6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봤다.
브랜드 이미지 차원의 홍보가 더욱 큰 홍보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정용수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당시 낸 보고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고려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면서 “단기적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는 대신 장기적인 안목에서 월드컵 마케팅이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마케팅 효과가 좋았다”고 봤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월드컵을 활용한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규모의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공식 스폰서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도 월드컵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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