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약' 탄 커피 먹여 '타당 30만원' 내기 골프친 일당…징역 2년

3000만원 편취…범행 정도 경미한 1명은 '집유'
재판부 "인적 신뢰 관계 이용해 범행"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지인에게 마약 성분의 약을 탄 커피를 먹인 뒤 내기 골프를 쳐 수천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제2단독(부장판사 지윤섭)은 사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7)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정도가 경미한 1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4월8일 전북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 B씨(52)에게 향정신성의약품(로라제팜)을 커피에 타 마시게 한 뒤 내기 골프를 제안해 3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B씨와 내기 골프를 치기 전 피해자 섭외, 약물커피 제조, 금전 대여, 바람잡이 등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은 B씨에게 "사람을 모아볼 테니 한 타당 30만원씩 판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골프 실력에 자신이 있던 B씨는 일당 중 친구인 조폭의 제안을 수락했다.

내기 골프 당일 A씨 등은 몰래 커피에 처방받은 로라제팜을 탄 뒤 이를 B씨에게 마시게 했다.

로라제팜은 신경 안정제로 항불안제와 예비 마취제 등으로 쓰이는 약물로, 국내에서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돼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B씨는 게임 중단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A씨 등은 얼음물과 두통약을 주면서 B씨가 계속 골프를 치도록 했다. 결국 내기에서 진 B씨는 하루 아침에 3000만원을 잃었다.

이들은 B씨에게 2500만 원을 더 뜯으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수상함을 느낀 B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 일당을 붙잡았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범행에 쓰인 로라제팜 150정을 압수했다.

재판부는 "친구로 지내던 피해자의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범행하고, 피고인 중 일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데도 유사한 형태의 범행을 저질러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범행 경위, 나이, 성행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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