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심판이 피해는 구단이…불신만 남긴 '오심의 재구성'

송대성 2022. 12. 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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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봤지만 심판만 놓쳤다.

흐릿한 전광판이 아닌 가장 깨끗한 화면을 들여다봤지만 결과는 '오심'이었다.

팬들이 보는 전광판보다 더욱 깨끗한 화면으로 해당 장면을 여러 차례 돌려보고도 오심을 범한 심판진은 너무나 당당했다.

또한 심판진은 KB손해보험을 오심의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 아닌 한국전력에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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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도 없는 판정번복 불가…부전패 위기에 놓였었던 KB손해보험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모두가 봤지만 심판만 놓쳤다. 흐릿한 전광판이 아닌 가장 깨끗한 화면을 들여다봤지만 결과는 '오심'이었다.

단순 오심 인정으로 끝낼 상황이 아니다. 오심이 발생한 순간부터 수습하는 과정까지 전혀 매끄럽지 못했다. 오히려 잘못된 규정 대입과 어설픈 대처로 논란만 가중시켰다.

27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 도중 진병운 심판위원, 정의탁 경기위원, 남영수 부심이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27일 의정부체육관에서는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열렸다.

KB손해보험은 니콜라 멜라냑(등록명 니콜라)의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한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한국전력에도 이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최근 6연패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목표 의식이 뚜렷한 양 팀의 대결답게 경기도 치열하게 흘러갔다. KB손해보험이 세트를 선취하자 한국전력이 곧바로 반격했다. 3세트 역시 22-22로 팽팽하게 맞서다 집중력이 앞선 KB손해보험이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4세트를 앞서가며 경기를 마지막까지 끌고 가던 상황. 오심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KB손해보험 홍상혁은 9-11에서 백어택을 시도했다. 권대진 주심은 홍상혁의 공격이 그대로 코트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아웃을 선언했다. 이에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곧바로 한국전력 미들 블로커 박찬웅의 네트터치 여부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정의탁 경기위원과 진병운 심판위원, 남영수 부심 등 3명이 비디오 판독에 돌입했다. 첫 번째 영상은 네트 하단에서 찍은 모습, 두 번째 영상은 네트 상단 카메라에 담긴 장면이었다.

네트터치 여부는 첫 번째 영상부터 확인 가능했다. 박찬웅의 왼팔이 네트 상단에 닿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그러나 위원 및 심판은 판독 결과 네트터치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후 감독이 강하게 항의하자 남영수 부심은 네트가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공이 네트를 건드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확실하게 블로커의 손이 네트에 닿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팬들이 보는 전광판보다 더욱 깨끗한 화면으로 해당 장면을 여러 차례 돌려보고도 오심을 범한 심판진은 너무나 당당했다.

심판의 주장과 달리 홍상혁이 때린 공은 네트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날아갔다. 오해할 만한 수준도 아니었다. 네트가 흔들린 시점 또한 공과는 무관했다.

27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 도중 남영수 부심이 후인정 감독에게 비디오 판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오심 이후 대처도 아쉽다. 남영수 부심은 다른 화면을 확인한 뒤 오심을 인정했다. 하지만 규정상 판정 번복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 어디에도 반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후 감독의 항의가 길어지자 남영수 부심은 경기 기록석에 시간을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V리그 로컬룰에는 '선수(스탭 포함)가 코트 내에서 판정 불만으로 경기 속행을 거부할 경우 주부심이 주장 또는 감독에게 판정내용을 설명함에도 경기 속행을 계속 거부하면 주심은 부심을 통해 위원석을 경유하여 기록석에 시간 게시를 지시하며, 그로부터 3분이 경과한 후에는 자동적으로 부전패가 선언된다'고 명시돼 있다.

잘못된 판정과 판독, 규정 대입으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자칫 부전패 위기까지 몰렸었던 KB손해보험이다. 심지어 박찬웅이 손을 들어 자신의 네트터치를 인정했음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또한 심판진은 KB손해보험을 오심의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 아닌 한국전력에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화면을 놓쳐서 잡아내지 못했다는 말로 달래야 했던 쪽은 한국전력이다.

KB손해보험이 이겨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더는 오심이 경기의 일부로 남아선 안 된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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