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시민단체 혈세' 수술대로…'전수 점검·전면 감사' 착수

박종진 기자, 박소연 기자 2022. 12.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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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2.27.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비영리민간단체에 지급된 정부 보조금이 5조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원 정도가 증가했으며 최근 7년간 지급된 정부 보조금은 31조4000억원 규모다.

서류를 허위로 꾸미는 등 나랏돈을 부정 사용하는 사례도 속속 적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 각 부처는 내년 상반기에 전수 점검을 바탕으로 한 전면적 감사에 착수한다. 아울러 지자체 보조금 사업도 부처의 책임 아래 관리토록 하고 허술한 규정도 정비하는 등 관리 체계를 개선할 방침이다. 온라인 보조금 관리 시스템도 개편한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文정부서 매년 4000억 늘어난 보조금, 작년에만 5조4500억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노조에 이어 민간단체의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내년 주요 정책과제로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몇 년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의 관리는 미흡했고 그간 그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다.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여진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했으며 이는 정의기억연대 등의 보조금·기부금 부적절 사용 논란이 배경이 됐다"며 "또한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민간단체 보조금에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전체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그 바탕 위에서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28.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7년(2016~2022)간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4000억 원 규모다. 2016년 3조5600억 원에서 2조 원이 증가해 2022년에 5조4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 원 정도가 증가했다. 이 금액은 각종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 비영리민간단체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하지만 실제 지원된 돈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원한 민간보조금사업과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민간에 지원한 금액, 각 공공기관이 민간단체에 지원한 금액은 이번 조사에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발표에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시민단체에 1조222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단체 수는 2016년 2만2881개에서 7년간 4334개가 증가해 2021년에는 2만7215개가 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사가 각 부처의 기초적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이며 앞으로 부처의 전수 점검이 진행되면 좀 더 상세하고 정확한 금액이 산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랏돈 받아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 물의 사례도
지원금액은 상당하지만 문제사업 조사는 아직 부족하다.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사업은 총 153건, 환수금액은 34억원으로 평균 2000만 원 정도를 환수했다. 대통령실은 "전체 사업대비 적발 건수가 미미한데다 부처가 적발하지 못한 각종 문제가 언론이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밝혀지는 등 민간단체 보조금 관리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주요 문제 사례로는 △청소년상담지원 사업에 상담 참가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를 과다 수급하고 허위로 용역비를 지급한 것 △행안부, 경기도, 안산시가 공동으로 6년간 110억 원을 지원한 세월호 피해지원사업이 그 취지와는 상관이 없는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 희생자 아닌 가족들의 펜션 여행 등에 사용돼 물의를 일으킨 사례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으로 현충원 탐방을 하겠다며 보조금을 받은 후 정치인을 초빙해 사업계획과 무관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해 지원금을 전액 회수당한 사례 △단체 대표가 '공산주의를 추구'하고 반미친러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단체가 '가족소통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수령한 사례 등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28.
전면 감사→관리체계 개선→온라인 시스템도 개편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전면적으로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각 부처는 내년 상반기까지 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면적인 자체 감사를 실시한다. 감사에서는 지원단체 선정 과정, 투명한 회계처리, 보조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사업은 과감히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부실한 관리체계도 개선한다. 대통령실은 "보조금 사업 중 60% 가까이 차지하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은 부처의 지원금이 일정 부분 투입됨에도 지자체가 관리를 전담하고 부처는 어느 수행기관이 선정돼 어떻게 돈을 쓰는지 알기 어렵다"며 "이를 개선해 앞으로 지자체 보조금 사업도 부처의 책임하에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코자 한다"고 했다.

허술한 관리 규정도 보완할 방침이다. 현행 보조금법에는 사업금액이 10억 원 이하는 회계감사 면제, 3억 원 이하는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도 면제다. 사업 중간 점검, 현장 조사도 의무가 아닌 재량이다. 앞으로는 이같은 느슨한 관리 규정을 고쳐 사업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27.

끝으로 온라인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개편한다. 대통령실은 "부처의 국고보조금을 관리하는 'e나라도움'의 경우 현행 관리체계에 사각지대가 있다"며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상위 사업자의 사업 내역은 관리되고 있으나 상위 사업자가 사업을 나눠준 2, 3차 하위사업자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해 하위사업자까지도 관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는 별도 보조금 관리 시스템이 없고 사후 증빙은 전산 입력이 아니라 수기로 관리하는 실정이라 부정의 소지가 큰데 이 역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말까지 현재 'e호조' 시스템을 고도화해 '지방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조금 전 과정 관리, 온라인 공개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자체 감사, 사업 정비, 관리체계와 시스템 개선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2024년도 예산 편성 때 이를 반영해 예산 효율화와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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