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크론병, 스테로이드 부작용 걱정 준다
최근 국내 대형병원에서 생물학 제제의 소아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인 '인플릭시맵'을 초기부터 투약할 경우 치료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심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피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미진 교수와 권이영 임상강사 연구팀은 생물학 제제의 소아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인 '인플릭시맵'의 치료효과가 뚜렷하다면서 "도입 10년 만에 소아 궤양성 대장염 치료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고했다.
염증성 장질환의 하나인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영양 상황이 개선하고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선진국병'이다. 국내 성인 환자뿐 아니라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서도 발병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만성적 또는 반복적으로 염증이 발생해 복통과 잦은 설사, 구토,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증상이 괜찮아지더라도 수개월 혹은 수년 후에 재발하는 등 평생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크론병 역시 이와 유사하지만, 염증이 대장에 한정하지 않고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발생할 수 있다.
완치가 불가능한 탓에 어린 시절 궤양성 대장염이 발병할 경우 환자의 고통이 클 뿐 아니라 성장기를 고려해야 하기에 치료 조건도 까다롭다. 기존에는 효과가 좋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많이 시행했다. 초기나 약한 증상에선 '5-ASA'와 같은 항염증 약물을 사용하지만 증상이 악화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치료는 효과만큼이나 부작용도 심하다. 스테로이드 약물을 처음 투약하면 여드름이나 부종(붓기), 수면장애, 당내불성(혈당이 올라감), 소화불량 등의 이상을 쉽게 경험한다.
12주 이상의 장기간 사용 역시 절대로 금지된다. 이를 넘겨 계속 투약할 경우 백내장, 대퇴골두 괴사, 근병증, 감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급한 불'을 꺼주는 일시적 치료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반복하다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면, 장절제술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다.
생물학 제제의 약물인 인플릭시맵은 2012년 10월부터 도입됐다. 인플릭시맵 제제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한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로, 염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종양괴사인자(TNF-알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항염증 약물이나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없어진 이후에야 생물학 제제를 투여한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에선 치료 초기부터 생물학 제제를 투약할 수 있도록 치료 표준을 만들었다. 약물 모니터링을 통해 생물학 제제의 약물의 농도와 내성을 최소화할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인플릭시맵 도입 전후(2003년 1월~2012년 10월, 2012년 11월~2020년 10월) 소아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의 2년간 치료 경과를 비교 평가했다.
이 결과 대장내시경검사에서 병변이 사라진 비율은 인플릭시맵 도입 이후 월등히 높아졌다. 내시경 검사에서 장내 염증이 보이지 않는 환자(내시경적 관해)의 비율은 도입 전 치료 그룹에선 29.2%(48명 중 14명)에 그쳤으나, 도입 이후에는 절반(62명 중 31명)에 달했다.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던(탈 스테로이드·Steroid-free) 기간 역시 도입 전 3년에서 도입 이후 4.4년으로 일부 늘어났다. 재발률도 도입 이전 47.9%(23명)에서 도입 이후 25.8%(16명)로 크게 줄었다.
김미진 교수는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인플릭시맵과 같은 생물학 제제를 치료 초기부터 사용하는 '탑 다운 전략'을 시행 중이며 치료에 도움이 됐다"면서 "과거 소아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의 목표는 증상 호전이나 재발을 최대한 늦추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대장 안의 궤양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지향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세계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발표됐다. 논문에는 앞서 소개한 삼성서울병원 내 치료효과 비교평가와 함께 1990년대 해외에서 진행했던 10년간의 대규모 궤양성 대장염 치료경과 추적 연구와 치료효과를 비교·분석한 내용도 포함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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