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기술]①韓 '메모리 신화', 3나노 파운드리로 이어간다

신건웅 기자 2022. 12. 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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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30년 선두 유지…"이젠 비메모리"
삼성전자 앞선 3나노 파운드리 양산으로 TSMC 추격전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기업들의 창고엔 안 팔린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을 위해선 '초격차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먹여 살릴 'K기술'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로 일본이 아닌 한국을 택했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 대통령들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가장 먼저 방문하던 순방 순서를 뒤바꾼 셈이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미군기지나 대통령실이 아닌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였다. 반도체가 경제 안보의 전략무기이자 미국 주도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과 제조시설 확충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른바 '반도체 퍼스트'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한국 산업의 핵심 수출품이다. 전 세계에서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의 'Made in Korea' 비중만 60%에 육박한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20%를 책임졌다.

삼성전자는 1993년 이후 30여년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키며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제는 '메모리 신화'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파운드리(위탁 생산) 최고집적도 3나노 공정 양산으로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보다도 반년 이상 앞서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 30년간 메모리 초격차 유지…'반도체 한파'에도 버티는 이유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후 D램 시장 1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1993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줄곧 유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전 세계 D램(매출액 기준)의 43%, 낸드 플래시의 33%를 공급하며 왕좌를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D램 10개 중 4개, 낸드는 3개 이상이 삼성전자 제품인 셈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1위의 기반은 기술 초격차다. 30여 년간 매년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면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선보여 왔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위축 상황에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 경쟁사들이 앞다퉈 감산을 선언했지만 삼성전자 홀로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선언한 것도 앞선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술과 원가경쟁력이 우위에 있다 보니 다른 업체들은 적자를 내도 삼성전자는 흑자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삼성전자 D램 이익률은 경쟁사 대비 5~10%포인트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5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는 한편 새로운 공정 기술 적용과 차세대 제품 구조를 통해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낸드의 경우 내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 개발에 나선다.

SK하이닉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뉴스1

메모리 반도체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도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D램 점유율은 28%, 낸드는 20%로 추정된다.

현대전자 시절이던 1984년 첫 반도체를 내놓은 이후 1998년 세계 최고속 128M SDRAM, 2001년 세계 최고속 그래픽용 128M DDR SDRAM 등을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업계 최초 24Gb DDR5 램 출하와 최고 사양 HBM3 개발, 올해 세계 최초 238단 512Gb TLC 4D 낸드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특히 다가올 DDR5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작업이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10나노급 5세대(1b) 미세공정 기반의 다양한 DDR5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 진화는 한국 경제의 최대 동력중 하나다. 이를 통해 수출 증가는 물론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인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반도체 최종 매출액은 5560억달러(약 704조2000억원)이며, 한국은 점유율 21%로 미국(55%)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022.9.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파운드리 경쟁 본격화…"3나노로 역전 발판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비중이 약 30% 수준이며,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70%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고,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로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견제가 강화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5월 5년간 450조 투자 계획을 밝히며 승부수를 띄웠다. 투자액의 3분의 2 이상이 반도체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첨단 공정인 3나노에서 TSMC보다 6개월 이상 앞서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후 7월 출하를 시작했지만 TSMC는 이달 말에야 양산에 돌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 대신 'GAA(Gate-All-Around)' 신기술을 도입했다. 핀펫 공정은 상어 지느러미처럼 생긴 차단기로 전류를 막아 신호를 제어하지만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 전류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아직 핀펫 방식을 고집하는 TSMC보다 삼성전자 기술이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며 기술 주도권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를 건설 중이다. 20조원을 투자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로 키울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8월 열린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밝혔다.

특히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7년까지 5배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고객의 주문이 없어도 먼저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셸 퍼스트'(Shell First) 방식을 도입했다. 폭증하는 고객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30/뉴스1

SK하이닉스도 지난해 키파운드리를 사들이며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전력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한다.

앞으로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와 키파운드리를 활용해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 반도체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로 영역 확장은 필수"라며 "정부와 민간이 한 팀이 돼 중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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