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침투에 '안보' 우려…'文정부'에 책임 돌리는 與
與, 대통령실 보조 맞춰 전 정권 비판론 제기
정진석 "2017년과 달리 이번엔 무인기 추적"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한반도 내 긴장감과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안보 정당'을 강조해온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보폭을 맞추며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27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일대에서 관측된 새 떼를 무인 항공기로 오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날(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으며 이 가운데 1대는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전투기와 헬기를 출격시키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우리 공격기 1대가 추락하고 무인 항공기 격추는 실패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 같은 전략적 도발을 거듭하다가, 이번에는 기습적으로 전술적 도발을 시도한 것 같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철저히 당한 것 같다. 대응 과정에서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둘째 치고 적의 무인기가 서울 중심까지 아무 제재 없이 날아온 것 자체가 너무 충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국방은 단 한 순간의 실수나 한 틈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8년 전 이런 침범이 있었음에도 왜 그때부터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는지 철저히 검열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서 추락한 북한 소형 무인기가 발견된 바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닌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보수정당인 여당은 태생적으로 안보 정당을 강조해왔고, 윤석열 정부도 빈틈없는 안보를 내세웠던 터라 체면을 구기게 됐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참배에 이어 서해 최전방 백령도 해병대 6여단 포병중대를 방문해 전비태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을 보조하는 모습이다. 무인기 침투를 두고 전 정권을 때리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2017년 무인기 때는 우리가 전혀 감지를 못했는데 이번에는 파악하고 추적한 것"이라며 "물론 격추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우리가 응징 보복으로 북 영공으로 들어가서 정찰 활동을 했다. 북은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걸로 봐서, 비록 이번에 북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2017년 상황에 비하면 우리 상황이 상당히 개선되고 호전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권이 북한 김정은의 거짓 한반도 평화 쇼에 부역하며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정찰 자산은 묶고 북한 무인기에 우리 영공을 안방으로 내준 꼴이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군을 질타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 안보참사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의 "북한이 야간에 무인기를 보낸다면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무엇보다 이 같은 사실을 꼭꼭 숨긴 군 당국과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안보참사는 외교참사와는 비교도 할 수도 없는 대참사다.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 무능력, 무대응이 결국 안보참사까지 불러왔다"며 "안보참사의 최종책임자는 국군통수권자다.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 영공을 유린하는 시간에 무엇을 했고 무엇을 지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당 안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26일 윤 대통령의 일정은, 출근길에 새로 입양한 개를 데리고 집무실에 온 것과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송년 만찬을 한 것 외에는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략에 대해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국민에게 알려진 게 하나도 없다"며 "국군통수권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무인기를 탐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심재광 우석대 군사안보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무인 항공기 특성상 레이더로 탐지하기 대단히 어렵다"며 "워낙 기체가 작아 레이더에 아주 작은 점처럼 표시돼 탐지하기 어렵다. 또한 무인 항공기를 지상에서 잡을 수 있는 '천적'에 가까운 무기 체계가 아직 완벽하게 없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북한이 무인기를 남한에 침투시킨 배경에 대해 "미사일 도발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다. 북측에서 최근 미사일 무력 도발을 계속했음에도 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롭고 즉각적인 무력 도발을 통해 무언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수단을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안보에 구멍이 뚫린 '실제상황'이 벌어지면서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 이슈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는 점에서 당분간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은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정부·여당에 유리하진 않을 것"이라며 "만일 무인기에 무기라도 있었다면 어쩔 뻔했나"라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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