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믿고 명품 샀는데 중국산이라네요…이커머스, 잇단 ‘사고’

2022. 12. 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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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판매·원산지 표기 오류·재고 관리 실패까지
판매자에 책임 돌리는 이커머스 기업들
명품 온라인 판매 시장 급격히 커지면서
시스템 부실도 도마 위…“업체들, 검증 강화하는 중”
루마니아 원산지 표기와 달리, 중국 제조 제품을 받은 구매자. [독자 제공]
루마니아 원산지 표기와 달리, 중국 제조 제품을 받은 구매자.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는 물론 네이버까지 온라인 명품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부판매자(병행수입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조품 판매, 원산지 표기 오류, 재고 관리 실패까지 명품 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매번 판매자 책임으로 떠넘기는 유통 구조가 빚어낸 문제로 분석된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SSG닷컴이 원산지를 잘못 기재한 명품 브랜드 발리 장지갑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행수입자인 이룸코리아 판매 제품으로, 이 과정에서 SSG닷컴조차도 해당 상품의 정·가품을 판단할 수 없어 소비자 대응을 지연시킨 점이 확인됐다.

A씨는 남편을 위한 선물로 이달 초 SSG닷컴에서 30만원 가까이 되는 명품 브랜드 발리 장지갑을 구매했다. 상품 판매 페이지에만 해도 원산지가 루마니아로 표기됐다. 하지만 실제 받아본 상품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 표기가 노출돼 있었고, A씨는 이를 뒤늦게 알게 됐다. A씨는 “본의 아니게 남편이 명품 모조품을 들고 다니는 것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오인받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SSG닷컴에 환불 요청을 하고 한국명품감정원에 직접 정·가품 여부를 의뢰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물품은 ‘중국산 정품’ 판정을 받았으나, 다만 이 과정에서 정·가품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SSG닷컴조차도 일주일 동안 고객서비스(CS) 초기 대응 미흡으로 화를 키웠다. 현재 판매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올해 9월 롯데온이 선보인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도 재고가 없는 220만원 상당의 발렌티노 가방을 판매했다. 배송 예정일이 지나도 상품을 받지 못한 고객 B씨는 고객센터에 직접 발송 상태를 문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해명을 받았다. B씨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물품 공급에 대한 안내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에는 네이버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시크의 자체 검수 센터에서 정품으로 통과시킨 455만원 상당의 샤넬백이 다른 감정 기관에서 가품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가품시 300% 보상’을 내건 시크지만, 검수 인력의 전문성이 미비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명품 온라인 판매 시장이 커지면서 이커머스기업들이 검증 시스템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유통 구조 자체가 운영상의 한계를 보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품 브랜드 본사와 정식 판권 계약을 하고 상품을 들여오는 백화점과 달리 이커머스 기업은 상품 수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입점 판매자인 병행사업자에게 판매 대행을 일부 맡기는 오픈마켓 형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판매자 관리 시스템에서 드러난 허점이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SSG닷컴과 롯데온이 고객 대응 과정에서 해명을 바꾸며 부실한 사후 서비스를 보이는 것도 연장선상의 얘기다. 이커머스기업이 명품 판매 과정에 직접 연관돼 있지 않다 보니 사태 파악이 늦어지고 이는 고객 대응에도 혼란을 입히는 등 연쇄적으로 문제를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명품 커뮤니티에서는 “‘대기업(롯데·신세계)’ 믿고 온라인에서 산 건데 판매자 관리를 못 했다 하면 앞으로도 어떻게 사느냐”, “판매자 검증 관리에 마치 차별점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질 말아야 한다” 등의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판매자 검증을 마치고 파트너십을 맺지만, 이후 실제 판매 과정에서 플랫폼도 개별 상품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피해 발생에 대응이 다소 미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각 플랫폼이 자체 검증 기준을 강화하고 데이터를 실시간 연동한 시스템 개편을 하면서 명품 판매 서비스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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