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수탈의 상징’ 동양척식 건물, 100년만에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
100년 전인 1922년 대전 동구 인동에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이 지어졌다. 동양척식은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설립한 국책회사다. 우리의 쓰라린 역사를 담고 있는 이 건물은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다. 현재 국가등록문화재(98호)로 지정돼 있는 이 건물은 일제가 물러간 이후 관공서 등으로 쓰이다가 민간기업으로 넘어가 2년 전까지 창고 등으로 사용됐다.
1922년 지어진 동양척식 대전지점 건물, 최근까지 사실상 방치돼
이 건물이 지어진 지 100년 만에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씨엔씨티(CNCITY)마음에너지재단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을 매입한 뒤 건물 내부를 미술관과 공연장을 겸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꾸는 공사를 2년여 동안 진행해왔다고 28일 밝혔다. 재단 측은 오는 30일 준공식을 연다. 재단 측은 이 공간에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뜻을 담고 있는 ‘헤레디움(HEREDI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함선재 헤레디움 관장은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지역 문화의 뿌리를 살리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비록 일제 식민 수탈의 아픈 역사가 있는 장소지만 이를 덮어버리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기억하며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중요한 걸음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공간으로 변신
재단 측은 이 건물을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재단 측은 최첨단 음향·조명·방음시설은 물론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 이 건물을 미술관과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1·2층 연면적이 820여㎡인 이 건물의 내부에는 70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미술 분야 전시를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실내악 등 소규모 공연을 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재단 측의 구상이다.
준공식이 열리는 30일에는 ‘헤레디움’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기념 공연이 마련된다. ‘더 뉴 올드 오버추어 콘서트(The New Old Overture Concert)’라는 이름의 이 공연은 클래식 전문 유튜브 채널인 ’렛츠 클레이’(https://youtube.com/@LetsClay1021)를 통해 30일 오후 6시부터 생중계된다. ‘오버추어(Overture)’는 오페라나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의미한다. 이 곡은 이후 전개될 음악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100년 전 일제에 의해 건립된 이후 오랜 세월 방치돼온 건물을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꿔 앞으로의 새로운 100년을 연다는 의미를 담은 클래식 공연이다. 공연은 1부 ‘더 올드(The Old)’와 2부 ‘더 뉴(The New)로 나뉘어 진행된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연주회를 선보인다는 것이 재단 측의 구상이다.
원도심 공동화 해소에도 기여
조성남 전 대전중구문화원장은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에 기업이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 “원도심 지역의 공동화현상을 해소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은 도시가스 등을 공급하는 기업인 CNCITY에너지(주)가 지역사회에의 공헌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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