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낡은 색, 고된 시간…송지연 '푸른 병 속에서'

오현주 2022. 12. 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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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의 머리에 올린 지붕선이 이토록 거친가.

고목에 더덕더덕 붙은 세월의 딱지를 떼어내 옮긴 듯하다.

환경과 세월에 따라 변하는 감정의 결과물이라서다.

그래서 살아온 세월보다 더 오래 살아낸 낡은 집처럼, 고된 시간이 먼저 보이는 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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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작
두툼한 색 투박한 질감 앉힌 '도시풍경'
'단순한 색 조합 아닌 내 감정 담은 것'
산 것보다 더 오래 살아낸 낡은 집처럼
환경·세월 따라 변하는 감정 결과물로
송지연 ‘푸른 병 속에서’(2022 사진=청화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동네의 머리에 올린 지붕선이 이토록 거친가. 고목에 더덕더덕 붙은 세월의 딱지를 떼어내 옮긴 듯하다.

작가 송지연(41)은 도시 이곳저곳의 풍경을 거칠고 투박한 질감으로 화면에 옮겨놓는다. 두꺼운 붓선을 겹치고 겹쳐 마치 장구한 시공간이 쌓인 듯 꺼내놓는데. 여백도 없고 사람도 없이 빽빽하게 들여 채우는 ‘도시풍경’ 작업을 두곤 “시간의 축적이고 삶의 의미를 되짚는 일”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두툼한’ 색. 그간 사람의 눈에는 함부로 잡히지 않았을 이 미묘한 색감을 두고 작가는 “단순한 색 조합이 아닌 내 감정을 담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더랬다. 한때는 단독주택을, 빌딩숲을, 또 한때는 아파트숲을 들여다봤던 작가가 눈을 내려 머문 납작한 한옥마을의 전경에는 ‘푸른 병 속에서’(At the Blue Bottle·2022)란 타이틀을 달았다.

늘 익숙하지만 늘 익숙지 않은 작가 작업의 장소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환경과 세월에 따라 변하는 감정의 결과물이라서다. 좋든 싫든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는 도시. 결국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였다. 그래서 살아온 세월보다 더 오래 살아낸 낡은 집처럼, 고된 시간이 먼저 보이는 걸 거다.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147길 청화랑서 강기훈·심봉민·이상엽 등 15인 작가와 여는 기획전 ‘11가지 즐거움’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아크릴. 45.5×45.5㎝. 청화랑 제공.

강기훈 ‘옮겨진 정원’(2022), 캔버스에 아크릴, 45.6×53.3㎝(사진=청화랑)
심봉민 ‘한여름 밤의 숨바꼭질’(2022), 캔버스에 목탄·아크릴, 40.9×31.8㎝(사진=청화랑)
이상엽 ‘텍스팅’(Texting 2220·2022), 캔버스에 흐르는 아크릴, 73×73×5.5㎝(사진=청화랑)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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