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청년, 결국 로또뿐인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모처에는 1등만 16명을 배출한 로또 가게가 한 군데 있다.
앞서 언급한 로또 명당에서 기적을 바라는 청년 한 명을 안다.
어느 순간 로또 명당을 향해 터덜터덜 걷는 자기 모습이 싫어졌다고 한다.
이후 그는 로또를 사러 갈 때면 그럴싸한 트레이닝복에 아끼는 운동화까지 갖추고 로또 명당까지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서울 모처에는 1등만 16명을 배출한 로또 가게가 한 군데 있다. 최근 60억원이 넘는 당첨금도 이곳에서 나와 ‘명당 중의 명당’으로 통하는 곳이다. 인근 대형 쇼핑몰 때문인지 유독, 이곳은 연일 20~30대 청년들로 북새통이다. 당첨 번호가 공개되는 토요일 9시까지,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토요일 밤마다 리붓(reboot) 된다.
로또는 술, 담배와 함께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로또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은 기댈 곳이 로또 뿐인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로또(온라인 복권) 판매액이 사상 최초로 5조원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불황이 본격화 된 올해는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매서운 한파에도 긴 대기줄을 버텨며 로또를 사야하는 이들의 바람은 뭘까. 지난해 한 여론조사 기관이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의뢰로 ‘복권 당첨’ 관련 설문조사(미혼 남녀 300명 대상)에 따르면 ‘내 집 마련’(41.7%)과 ‘건물 매입’(16.3%), ‘빚 청산’(14.7%) 등이 ‘로또 1등에 당첨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꼽혔다. 명당을 찾는 이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 80%이상은 부동산이라고 한다. 청년들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집이라는 얘기다.
그런 이유로 문재인 정권 동안, 청년들은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 12월 지난 정부 출범 후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라 근로자가 38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5살 사회 초년생이 절반을 저축할 경우 103세가 되서야 집을 살 수 있다.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권이 끝나고 새 정권이 들어섰다. 새 정부 출범 후 미국발 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면서 집값이 하락 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에게는 예기치 않은 기회다. 추세가 이어진다면 청년들이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은 헛된 희망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직격탄은 약한 고리인 청년들이 맞았다. ‘영혼을 끌어 모아’(영끌) 집을 상 30대 영끌족들은 이자 부담에 신음했다. 월세 →전세→ 자가로 단계를 밟아가던 청년들은 ‘깡통전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1000명이 넘는 빌라왕 전세사기의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이 20, 30대 사회 초년생이라고 한다. 정부는 아직, 이들이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기댈 곳은 로또 밖에 없다는 자조가 번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희망 없는 사회에서, 로또 구매를 위해 달려가는 청년들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앞서 언급한 로또 명당에서 기적을 바라는 청년 한 명을 안다. 어느 순간 로또 명당을 향해 터덜터덜 걷는 자기 모습이 싫어졌다고 한다. 이후 그는 로또를 사러 갈 때면 그럴싸한 트레이닝복에 아끼는 운동화까지 갖추고 로또 명당까지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에게는 활기를 머금은 채 “자동 5000원이요” 힘차게 외친다고 한다. 평생 집을 못 사도, 깡통전세 우려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도, 그 흔한 1000원짜리 로또 한 장 당첨되지 못해도, 삶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cook@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에르메스 공식몰, 새해 가격 인상 전 무더기 주문 취소
- “한국 홀대하더니” 중국 넷플릭스, 한국 것 못 봐서 안달
- “예쁜 애 옆에 또 예쁜 애” 세 여신 중 1명은 사람 아닙니다
- "한국인, 전세계서 ‘반중정서’ 1등… 81%가 중국에 부정적"
- 택시기사 살해범, 車루프백에 동거녀 시신 담아 버렸다…경찰, 수색 작업 개시
- “집 없는 설움 내년 하반기에는 털어내세요”…1주택 비인기 지역은 팔아라 [어떻게 보십니까 2
- 출소한 김경수 "받고 싶지 않은 선물 억지로 받은 셈"
- “여성만 말 걸 수 있다” 데이트앱으로 32세 수천억 번 ‘그녀’ 사연
- 박진영, 소아청소년 환자 위해 10억 쾌척… "미래 이끌 아이들 돕는 계기 됐으면"
- “이 색상 진짜 예쁜가요?” 삼성 호불호 ‘핑크’에 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