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탐사의 꿈 ‘다누리’, 달 궤도 진입 성공

이정호 기자 2022. 12. 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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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상공 100㎞ 궤도 무사히 안착
세계 7번째로 달 탐사국 대열에
내년 2월부터 본격적 관측 시작
지난 5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진이 항우연 시설 내에서 다누리를 대상으로 발사 전 점검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당초 계획됐던 다누리의 임무궤도 진입 과정. 5차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기동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횟수가 3차례로 줄었다. 최종 진입을 위한 기동도 12월28일에서 26일로 변경됐다. 과기정통부 제공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예정된 달 궤도에 최종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다누리는 2시간마다 한 바퀴씩 달을 돌며, 내년 2월부터 본격 관측에 나선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7일 다누리가 달 궤도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다누리는 지난 8월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145일 동안 우주를 비행했다. 다누리는 연료 소모를 줄이면서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나는 ‘탄도형 달 전이(BLT)’ 방식을 선택했다.

지구에서 155만㎞ 떨어진 지점까지 날아갔다가 부메랑처럼 비행 방향을 S자 형태로 바꿔 달 근처로 돌아오는 경로다. 이 때문에 누적 비행거리가 총 594만㎞에 이른다. 달과 지구의 직선거리는 38만㎞이다.

이렇게 긴 여행을 한 다누리는 지난 17일 달의 중력에 포획되는 1차 진입기동에 성공했다. 먼 우주 공간을 날던 다누리가 달의 중력에 붙잡혀 달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도는 인공위성이 된 것이다. 1차 진입기동 뒤 다누리는 월면에서 가까운 지점은 109㎞, 먼 지점은 8920㎞ 상공을 도는 타원형 궤도로 달을 공전했다.

그리고 2차례 추가 기동을 해 계획대로 원을 그리며 상공 약 100㎞를 도는 달 궤도에 안착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다누리는 달과 가장 가까울 때에는 104.1㎞, 가장 멀 때에는 119.9㎞의 궤도를 유지하며 공전 중이다. 초속 1.62㎞의 속도로 달을 2시간마다 한 바퀴 돌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다누리의 컴퓨터와 자세제어장치도 모두 정상 작동하고 있다. 동체에 실었던 총 연료량 260㎏ 가운데 93㎏이 남아 있어 내년 임무 수행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당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누리의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총 5회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3번만 했다.

지난 1차 진입기동을 통해 다누리의 비행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기동 운영 안정성을 확인하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1차 진입기동 이후 계획됐던 남은 4회 기동을 2회로 단축했다. 마지막 기동은 지난 26일 오전 11시6분 이뤄졌다.

이에 따라 달 궤도 진입도 당초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진 12월27일에 확인됐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달 탐사 국가가 됐다.

다누리는 내년 1월에 탑재체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운전을 한다. 2월부터는 달 사진 등 관측 자료를 본격적으로 수집하면서 12월까지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 기간을 연장할지는 내년 중반쯤 잔여 연료량을 항공우주연구원이 확인해 결정할 계획이다.

다누리에는 관측 장비가 총 6기 실렸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만든 건 5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는 달에 묻힌 광물자원을 탐사하는 게 목적이다. 최근 달 광물자원 채굴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특히 주목받는 장비다. 미래에 달에서 자원을 캘 수 있다면 현지 기지를 짓는 데 사용할 수 있고, 향후 지구로 수송해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우주 인터넷 시스템’은 달에서 인터넷 통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미 먼 우주에서 달 궤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그룹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 뮤직 비디오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 편광 카메라’는 달 표면 입자를 촬영하고, 태양풍이 만드는 풍화 현상을 관찰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고해상도 카메라’는 2032년 계획된 달 착륙선이 내릴 장소를 탐색한다. 경희대가 개발한 ‘자기장 측정기’는 달의 자기장 세기를 측정해 달 생성 원인을 규명한다.

다누리에 실리는 나머지 장비 1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섀도우 캠’이다. 달에서 항상 그늘이 지는 영구음영지역에서 얼음 상태의 물을 찾는 게 목표다. 물은 달에서 상주기지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 물질이다. 이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로켓 발사 비용 등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대관 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 사업단장은 “1992년 (한국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정확히 30년 만에 다누리가 발사됐다”며 “지금까지 (한국이) 만든 위성들은 모두 지구 중력장 내에서 운영됐지만 다누리는 다른 천체의 중력장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우주과학기술이 다누리를 시작으로 지구 주변을 벗어나 먼 우주로 확대됐다는 의미 부여다.

김 단장은 또 “달에 진입하는 기동 과정을 통해 향후 심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기술을 얻었다”며 “BLT를 설계하고 원거리 통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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