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의 월드컵 도전기 “다음에도 경험하고 싶은 월드컵, 다음에는 더 높이”

이정호 기자 2022. 12. 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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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던 FC서울 공격수 나상호가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21/정지윤 선임기자



꿈 같았던 시간이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에서 열린 FC서울의 팬사인회 현장에서 만난 나상호(26)는 “아직도 모든 순간이 생생하다. 선발 출전한 우루과이전부터 교체 출전한 가나전, 비록 내가 뛰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부은 포르투갈, 브라질전까지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나상호에게 2022년은 지금껏 축구 인생의 가장 특별한 한 해였다.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뛰고 싶어하는 월드컵 무대에 처음 섰고, 16강 역사를 쓴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의환향했다. 월드컵 이후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나상호는 “팬분들이나 지인들이 월드컵때 행복한 기억을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줘 나 역시 기분이 좋다. 축구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에도 놀라고 있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린 그 순간

월드컵에 동행할 최종 엔트리 26명이 발표된 지난달 12일. 나상호는 누나와 집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엔트리 발표 현장을 지켜봤다고 했다. 나상호는 “제 이름이 늦게 나오면서 불안했지만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 너무 기뻤다”고 기억했다. 당시를 떠올리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나상호는 “1차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니 단 1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그때부터는 월드컵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지난달 24일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나상호는 키플레이어였다. 나상호는 이날 예상치 못한 선발 기회를 잡았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최전방에 세우고 손흥민(토트넘)과 나상호를 좌우 측면 공격수로 배치했다. 나상호는 허벅지 뒤 근육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황희찬(울버햄프턴) 대신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월드컵 첫 무대에 첫 경기 선발 출장이라는 부담감이 몰려 왔지만, 나상호는 “이런 경기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응원을 받는 것을 상상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만 보여드리고 나오자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나상호의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오른쪽 측면에서 적극적인 압박과 활발한 움직임으로 우루과이 수비를 지속적으로 괴롭했다. 윙백 김문환(전북)과 안정적인 호흡도 좋았다. 나상호는 “항상 꿈꿨던 무대라 뛸지 안뛸지 모르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결과”라며 “황희찬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쏟아내고 나오자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 나상호가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가나와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헤딩을 하고 있다. 알라이얀|권도현 기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나상호는 이어진 지난달 28일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2-3 패)에도 0-2로 뒤진 후반 교체 출전했다. 우루과이전에 이어 한 차례 유효슈팅도 나오지 않던 상황,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하며 나상호를 투입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나상호에 이어 이강인(마요르카)이 들어가면서 흐름을 바꾼 한국은 조규성(전북)의 연속 골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상호는 “교체로 들어가 템포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때 만큼은 죽을 때까지 뛰겠다는 마음으로 미친듯이 달렸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비록 졌지만 가나전에서 2골을 넣은 자신감은 포르투갈전 승리로 이어졌다.

나상호는 16강 진출 동력으로 대표팀 선수들의 ‘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포르투갈전에서는 무조건 이겨내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그라운드 밖에서도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 대부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보면서 꿈을 키운 선수들이었다. 대표팀이 처음 모였을 때부터 ‘우리가 다 꿈을 목표로 이뤘으니, 이제 보여주자’고 이야기하곤 했다. 제 또래끼린 서로를 항상 격려하고 응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도 대표팀을 똘똘 뭉치게 만든 힘이다. 나상호는 “흥민이 형은 부상이었음에도 항상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며 “경기 전에는 ‘상대는 우리보다 강팀이지만 똑같은 사람’이라며 주눅들지 말라고 늘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며 높아진 자신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던 FC서울 공격수 나상호가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21/정지윤 선임기자



■2023년에는 서울의 도약으로

2022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나상호는 월드컵 전까지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 팬들 사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 흐름은 좋지 않았다. K리그에서 올 시즌 32경기 8골 4도움으로 다소 아쉬움이 남았고, 서울도 하위권(9위)에 머물렀다.

월드컵은 터닝포인트다. 나상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6강까지 가는데 8년, 다시 12년이 걸렸다. 그런 역사를 쓴 대표팀 일원이라는게 자랑스럽고 다시 또 경험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다음 시즌을 위한 훈련을 시작한 이유다. 그는 “월드컵 때 피지컬적으로 좋은 선수들 상대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시즌 도중 FC서울의 주장 자리를 기성용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상호는 다음 시즌 팀의 도약도 약속했다. 나상호는 “새 시즌에는 꼭 달라질 것이다.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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