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계약 마지막해→'220억+@' 폭풍투자…시험대 오른 서튼 리더십 [SC초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임 첫 해 114경기를 지휘했지만, 전 감독 경질로 갑자기 부임한 시즌이었다. 올해는 온전히 한 시즌을 치렀지만, 사실상 '초보 감독' 첫 해였다.

2023년은 래리 서튼 감독에겐 진정한 시험대다. 롯데 자이언츠를 가을야구로 데려가야할 때다.

서튼 감독은 KBO리그를 거친 다른 외국인 지도자와는 다르다. 감독은 물론 메이저리그(1군) 코칭스태프 경험 자체를 한국에서 처음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경우 메이저리거로만 16시즌을 뛰었고, 이후 감독 대행 포함 코치로도 10년을 보냈다. 롯데에 오기 직전 트리플A 라스베가스 51S(당시 LA 다저스 산하)에서 2년간 감독직을 수행했다.

맷 윌리엄스 전 KIA 타이거즈 감독 역시 17시즌 동안 선수로 뛰며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4번), 홈런왕, 타점왕(각 1번)을 따냈다. 첫 사령탑을 맡았던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에는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KIA 감독 전후로도 메이저리그 3루 코치를 꾸준히 맡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선수 경력은 길지 않지만, 4년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수비와 주루코치를 맡았다. 마이너리그에서 15년간 지휘봉을 잡았고, 베네수엘라 국가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반면 서튼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8년간 뛰었지만,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했다. 이후 KBO리그에서 홈런-타점왕을 수상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은퇴 후에도 마이너리그에서 타격 코치, 코디네이터 등을 하던 중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으로 전격 영입됐고, 지난해 허문회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1군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격의없는 소통이나 유쾌한 리더십, 선진 야구기술 등 흔히 외국인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는 같다. 다만 매니저로서 쌓은 선진야구 경험이 많진 않다.

선임 당시의 기대대로 롯데의 리빌딩을 차분하게 이뤄냈다. 100가지 이상의 라인업을 활용하며 폭넓은 선수 기용을 보여줬다. 이인복 나균안 고승민 황성빈 등 유망주들의 성장도 이뤄냈다.

반면 적지 않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미묘한 투수교체 타이밍, 지나친 플래툰이나 로테이션 고집 등이 논란이 되곤 했다. 스트레일리와 반즈의 4일 휴식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모험수를 거의 쓰지 않는다. 가령 9회초에 포수 자리에 대타를 쓰고, 9회말 이대호를 포수로 기용해 승리를 따내는 것 같은 모습은 없었다. 상대적 약팀의 입장임에도 정공법으로 일관했다.

허문회 전 감독 시절 데뷔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던 이대호. 스포츠조선DB

구단은 팀의 리빌딩 흐름을 완성하기 위해 일찌감치 1년 연장계약을 했다. 하지만 2년 연속 8위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내년에는 달라야한다. 롯데는 올겨울 박세웅의 다년계약, 유강남-노진혁의 영입에만 무려 220억원을 썼다. 모기업인 롯데지주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성민규 단장이 선수 영입에 직접 두팔 걷고 공들인 결과물이기도 하다. 신정락 김상수 윤명준 차우찬 등 베테랑 투수들도 줄줄이 영입하며 마운드에도 뎁스를 더했다. 투수는 다다익선이다. 배영수 최경철 김현욱 이종운 등 새로운 코치진도 대거 맞이했다.

야구는 결과론적인 감독의 공과가 잘 드러난다. 투수교체나 대타 같은 승부수가 부각되는 스포츠다. 더이상 '초보' 감독이란 방패는 없다. 2023년은 계약 마지막 해, 서튼 감독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