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깨진 달팽이, 날개 부러진 앵무새 치료에 돼지 수술까지…
전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김미혜 원장은 2009년부터 13년째 에코특수동물병원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그도 다른 수의사처럼 개와 고양이 진료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하는 동물 가짓수와 함께 일하는 사람도 늘었다. 개와 고양이 이외에 특수반려동물을 진료하는 이 병원에는 김 원장을 포함해 수의사 4명, 간호사 16명이 일한다. 진료 가능한 특수반려동물은 25~30종이다.
김 원장은 어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을까. 개, 고슴도치, 기니피그를 키웠고, 병원에서는 앵무새와 거북이 등도 기르고 있다. 특히 기자를 반긴 거북이는 처음에는 컴퓨터 마우스 크기만 했다는데, 지금은 두 손으로 들기 버거울 정도로 잘 자란 상태였다. 병원에서 키우는 앵무새는 인터뷰 사진 촬영 내내 그의 어깨에 앉아 얌전히 있을 정도로 김 원장과 유대가 깊어 보였다.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키울까 말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12월 16일 '주간동아'가 김 원장을 만났다. 기사에서는 동물원 동물이나 야생동물은 특수동물로, 집에서 사람과 사는 동물은 특수반려동물이라고 썼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특수반려동물 30종 치료
"와일드 애니멀, 주(Zoo) 애니멀, 이그조틱 애니멀이 다 포함된다고 봐야 해요. 우리 병원에서는 야생 독수리나 동물원 동물은 진료하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포유류, 설치류, 조류, 파충류 등을 진료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특수동물 진료는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독학을 하던데, 어떻게 공부했나요.
"처음 수의사 생활을 용산 미군기지 쪽에서 했어요. 그러다 보니 미국 시스템을 먼저 배웠죠. 한국은 커리큘럼이 대부분 개와 고양이 위주인데, 미국은 수의학 역사가 200년가량 되다 보니 좀 더 다양한 동물을 다루고 있어 관심이 갔어요. 친한 선생님이 미국에 가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병원에서 가르치자고 해 교육하다 보니 조류 잘 보는 사람, 파충류 잘 보는 사람처럼 전문 분야가 있는 수의사를 많이 배출했죠. 그래서 누가 앵무새 치료를 잘한다 하면 거기로 배우러 가고, 누가 도마뱀 진료를 잘한다 하면 거기로 배우러 가는 식으로 알음알음 배웠어요. 미국도 UC데이비스나 코넬대 정도만 특수동물 과정이 있고 그마저도 몇 명 뽑지 않는 데다, 동양인은 잘 안 뽑거든요. 그래서 알음알음 전문의들을 찾아다녔는데, 다들 자기 노하우를 잘 오픈하지 않는 폐쇄적 분위기라 배우기 쉽지 않았죠."
반려동물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검색해 보니 멀리서 배 타고 와서 진료받은 후기도 있더라고요. 가장 많이 찾아오는 동물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고슴도치, 기니피그가 많이 왔는데 요즘에는 앵무새와 도마뱀이 늘었어요. 앵무새는 전통적인 특수반려동물이에요. 많이 키우고 저변도 넓죠. 다만 제대로 진료하는 동물병원이 없어서 괜히 병원 데려가면 죽는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그걸 바꾸는 게 쉽지 않았어요. 다치면 병원부터 와야 한다고 인식을 바꾸려 노력했죠. 3, 4년 전부터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새 전문 병원도 생겼고요."
앵무새는 주로 어딜 다쳐서 오나요.
"다리 부러지고, 날개 부러지고, 어딘가 부러져서 많이 와요. 집 안에서 날거나, 또 앵무새들이 사람 어깨 등 몸을 엄청 타는데 같이 다니다 문틈에 끼기도 하고, 엉덩이에 깔리기도 하고, 천장에서 돌아가는 팬에 날개를 다쳐서 오기도 하죠.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던 애들이라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감기도 많이 걸리고 바이러스 질병에도 취약해요."
동물 목숨에 가격을 매길 순 없지만, 분양받은 금액의 수십 배를 내고도 고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금액으로 동물에 대한 애정을 따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특수반려동물도 일반 진료 이외에 큰 수술을 하면 들어가는 비용은 개나 고양이와 비슷하거든요. 다만 보호자의 간절함이 아주 크다는 걸 진료 때마다 느껴요. 5000만 원 넘는 도마뱀도 오고 3000만 원 넘는 앵무새도 오지만, 1000원, 5000원에 산 동물이나 초등학교에서 무료로 나눠준 동물도 얼마가 들더라도 치료하려는 보호자가 많아요. 한번은 키우는 달팽이의 껍질이 깨져서 치료해달라며 병원을 찾은 보호자도 있었죠."
특수반려동물 입양 전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슈가글라이더 또는 하늘다람쥐를 요즘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엄청 늘었어요. 얘들은 생활습성이 강아지나 고양이랑은 달라요. 과일을 먹어야 하고, 리드비터 포뮬러를 만들어서 섞어야 먹곤 해요. 키우기 전 공부를 많이 해야 하죠. 한 번 키우면 10~15년은 사는 동물이라 장기간 어떻게 먹이고, 환경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같은 도마뱀이나 뱀도 지난해 반려동물로 굉장히 인기였어요. 그런데 단순한 호기심에 키우고 싶다며 무작정 분양받으면 시간이 얼마 지나 아파서 병원을 찾아요. 환경 변화에 예민해 거식증에 걸리는 뱀도 많고요. 온도, 습도, 먹이, 영양제 등을 신경 써야 하니 공부를 철저히 한 후 분양받길 권합니다."
TV에서 고슴도치 키우는 연예인도 나오고 주변에서도 고슴도치를 많이 키우더라고요.
"조용하고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데다, 배설물이 적다는 이유로 고슴도치를 많이 키우는데, 생각보다 외로움도 타고 보호자 냄새를 기막히게 아는 동물이라 장기간 집을 비우면 많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죠. 개나 고양이보다는 손이 덜 갈 수 있겠지만 키울 때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
특수동물을 치료할 때 어렵거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돼지도 수술하셨던데요."그 돼지는 사연이 있어요. 원래 돼지가 번식을 잘하는 동물이라 16일에 한 번씩 발정기가 오는데 임신을 여러 차례 하면 자궁에 염증이 엄청 잘 생기거든요. 45㎏짜리 작은 돼지였는데 다른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다 기계가 부서진 거예요.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 간절히 치료받길 원해서 한 번 와보시라 하고 치료해드렸어요. 그러다 보니 돼지 수술도 하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났어요(웃음). 돼지는 작으면 40~50㎏이지만 크면 100㎏ 가까이 되니까 데려올 때부터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고 난리죠. 와서도 뛰어다니니 추스르기가 어렵고요. 치료할 때 고충은 있는데 돼지 키우는 분들은 애정이 커서 꼭 고치고 싶어 하세요.
다른 고충이라면, 슈가글라이더도 나는 애들이고 앵무새도 나는 애들이다 보니 이 친구들이 병원에서 사고 날 위험이 커요. 그래서 선생님들 교육도 엄청 하고, 진료할 때도 항상 예민하고 긴장의 연속이죠."
특수동물 치료에 관심 있는 후배 수의사나 지망생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과거보다 저변이 넓어진 데다 저희도 많이 노력하고 강의도 나가지만, 아직도 개와 고양이 위주의 시스템이다 보니 관심이 있다 해도 교육받기는 어려운 환경이에요. 경제적 문제로도 고민하는데, 한편으로는 특수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가 계속 늘고 있고 수요를 맞출 수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봐요. 일본만 해도 반려동물을 엄청 많이 키우다 보니 앵무새만 보는 병원, 햄스터만 보는 병원 등이 따로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않으니까요. 제가 모든 종류의 동물을 다 진료하는 것도 말이 안 돼서 우리 병원 수의사들도 하나씩 자신의 전문 영역을 가져가려 하고 있어요."
내년 계획이 궁금하네요.
"기니피그, 토끼, 친칠라 같은 경우 2018년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국내 제작 포뮬러를 활용한 영양제 '오로시'를 개발했어요. 병원에 오기 전 그 영양제를 동물에게 먹이고 상태가 개선돼 오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그런 영양제 대부분이 수입산인데, 장기적으로는 앵무새 영양제, 햄스터 영양제처럼 전문적인 국산 영양제를 동물별로 만들고 싶어요. 집에서 동물이 아프기 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또 당장은 진료가 많아서 바쁘지만, 나중에는 특수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도 쓰고 싶어요."
특수반려동물을 키워볼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한 말씀해주세요.
"특수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커졌어요. 미디어에서도 개와 고양이 위주로 다루다 이제는 파충류나 앵무새, 설치류도 많이 다루고 있죠. 정말 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은 아닌지, 동물 자체에 정말 애정이 있는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일례로 5년 전 집에서 라쿤을 키우는 게 유행이었어요. 그런데 라쿤은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또 손을 잘 쓰고 다 물어뜯으면서 올라가니 집 안에서 키울 만한 동물은 결코 아니거든요. 그래서 라쿤을 키우면서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삶의 질이 엄청 떨어졌다는 보호자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뒷감당이 안 돼 산에 많이 버려서 생태계가 망가지고 산에서 라쿤이 출몰해 반려견을 무는 사고도 있었죠. 이런 문제 때문에라도 집에 동물을 들일 땐 더욱 신중했으면 좋겠어요. 유행을 따라 가지 말고, 좋아하는 동물을 골라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다면 그때 가족으로 들이길 바랍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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