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이라도 벌어 이자 막자”…‘쓰리잡’ 뛰는 영끌족 [매부리레터]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2. 12. 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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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오르고 주식도 실패
못버티면 아파트 경매로 날릴판”
경제 위기로 배달 기사가 늘고 있다. <이승환기자>
“대출금리는 오르고 주식은 ‘폭망’이고 소득을 올리지 않으면 답이 없어요.”

직장인 김모씨(39)는 한달전부터 ‘투잡’을 뛰기 시작했다. 회사원인 그는 당근마켓에서 50만원짜리 스쿠터를 샀다. 퇴근후 하루 4시간씩 배달 라이더를 한다. 작년에 집을 산 김씨는 올해부터 폭증한 대출 이자를 고민하다가 투잡의 길로 들어섰다. “월 70~100씩은 벌어요. 몸은 힘든데 이자를 낼수 있어서 마음은 편해요. 다만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이 생활을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금리가 빨리 내렸으면 좋겠어요.”

주택담보대출 금리 7~8%, 전세대출 금리 6~7%, 상가 대출 금리 6~7%…. 불과 1년전 2~3%대 금리를 생각하면 두배 이상 부담이 증가했다. 고금리 시대, 급등한 대출 부담에 ‘투잡’이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부업’을 하지 않고는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매월 꼬박꼬박 내야하는 대출금은 대표적 ‘고정 지출’이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두배 이상 커진셈이다. 서울 전용 59㎡ 소형 아파트의 올 상반기 평균 매매가격은 9억4604만원이다. LTV 최대 적용 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3억6921억원인데, 상한선까지 모두 대출받았을 때 금리가 연 4%에서 7%로 오를 경우 원금·이자 납부금액은 월 176만원에서 246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나마 배달 알바라도 있어서 다행”…올해 부업뛰는 ‘가장’ 역대 최대
일명 ‘투잡’ 을 뛰는 부업자수는 증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업자수는 코로나 타격을 받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올해까지 지속 증가추세다. 올해 부업에 나서는 가장 수는 5년 만에 41%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기준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가구주)인 부업자는 36만8000명이다. 특히 2030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3분기 평균 기준, 20~30대 부업자는 2017년 7만8000명에서 올해 10만7000명으로 37.2% 증가했다.

주부 이모씨(40)는 최근 아이들 등원, 하원도우미를 시작했다. 오전 1시간, 오후 3시간 아이 하원 도우미를 하면서 100만원 가량 번다. “전세대출 금리가 너무 올라서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배달 라이더는 급증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배달업과 퀵서비스 등에 종사하는 배달원 수는 지난 2019년 상반기 11만9626명에서 올해 상반기 23만7188명으로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라이더가 증가했지만 최근까지 ‘부업’과 ‘생계’ 등 이유로 배달 라이더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국토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5개월간 수행됐다.

배달라이더는 월 평균 약 381만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으며, 하루 평균 주중 37.4건, 주말 42.3건 배달을 하고 평균 운행거리는 주중 103km, 주말 117km에 달했다.

자영업자 이모씨(35)는 3년차 배달 라이더다. 코로나19로 가게 매출이 뚝 떨어져서 부업으로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가 풀려서 가게에만 전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게 대출과 아파트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배달’을 안하고는 버틸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23년에는 역대급 경제한파가 온다면서요. 전기세, 가스비, 보험료, 대출금리, 아이들 학원비까지 안오르는게 없어요. 소득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늘었으니 소득을 더 늘려야죠.”

“버티자. 언젠가 좋은 날 오겠지”
서민들이 ‘부업’ 전선으로 뛰어든 데는 “버티지 않고는 답이 없다”는 절박감이다. 주택 거래량은 최저다. 집을 전세 놓고 작은 평형으로 줄이고 싶어도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씨는 “대출 금리가 부담돼서 남편하고 집을 팔자고 결정했지만 6개월째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전세를 내놓고 이사를 가고 싶어도 세입자도 없어요. 버티지 않으면 경매행인데 방법이 없죠.”

‘투잡’, ‘쓰리잡’을 언제까지 버텨야할까.

시장에서는 내년 3∼5월까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최종금리 수준은 5.0∼5.5%에 이를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고금리 기조는 계속된다는 뜻이다.

경제위기의 경고음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매가 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1904건으로 전달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2021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매물이 쏟아졌다.

“버티지 못하면 경매행이다” 투잡을 뛰어서라도 사람들이 버티는 이유다.

버티는 시간은 나중에 ‘약’이 될 수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못하고 집을 샀거나 주식을 담아 ‘고점’에 물렸더라도 이번 경험을 통해서 배울 것도 있다. ‘돈의 심리학’(저자 모건 하우절)에서 저자는 “시간을 기다리는 힘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시간을 보는 눈을 넓혀라.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작은 것을 크게 키우고, 큰 실수를 약화시킨다. 시간이 행운과 리스크를 돌려놓을 수는 없지만, 기다린 사람에게 그 가까운 곳까지 결과를 밀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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