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이후, 차도는 씽씽 인도는 꽁꽁…인도용 제설차 1대도 없다
인도 눈 치우는 제설기는 1대도 없어
차 위주 제설, 보행자 중심 전환 필요
광주광역시에 최고 40㎝ 기록적 폭설이 내린지 수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이 넘어져 다치는 낙상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의 제설작업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인도는 여전히 빙판이다. 자동차 위주의 제설대책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 인근 주택가. 이면도로와 인도 곳곳은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걷기 힘들 정도로 미끄러웠다. 출근길 시민들은 행여나 넘어질까 봐 건물 벽을 붙잡거나 조금이라도 눈이 쌓인 곳을 밟으며 종종걸음으로 빙판길을 지나갔다.
반면 자동차 통행이 많은 인근 차도의 사정은 인도와는 달랐다. 도로는 대부분 눈이 치워져 자동차들이 큰 불편없이 오갔다. 시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걸어서 정류장을 찾은 시민들은 왜 인도의 제설작업이 차도보다 미뤄지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폭설이 내린 이후 시청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여러 차례 안내까지 했으면서도 차도만 제설작업을 하고 정류장까지 가는 인도는 그대로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자동차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광주시와 구청의 제설작업은 도로에 집중됐다. 광주시는 “‘큰길은 시청에서, 작은길은 구청에서, 골목길은 시민이’라는 원칙으로 제설 대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내 집 앞’이나 ‘내 동네’에 있는 눈은 시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나서 치우라는 의미다.
인도의 눈을 치울 수 있는 제설장비도 없다. 광주시는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자체보유 제설장비 47대와 민간 제설장비 189대 등 총 236대를 동원했다. 제설장비 대부분은 5~15t 크기로 차도만 다닐 수 있다. 골목길과 인도의 눈을 치울 수 있는 2.5t 이하 제설기는 1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이 빙판이 된 인도와 골목길에서 넘어져 다치는 사고는 속출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출동 현황을 보면 지난 22일부터 27일 오후 5시까지 총 289건의 출동이 이뤄졌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174건이 낙상사고 관련이다.
낙상사고는 대설특보가 해제된 24일 이후에만 151건이 발생했다. 이날에도 남구 월산동과 광산구 어룡동, 서구 광천동 등에서 40명이 낙상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기간 눈길 교통사고는 단 3건에 불과했다. 도로보다 인도가 훨씬 위험하다는 게 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시민단체는 자동차 중심의 제설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도로가 좋아야 시민들의 편익과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제설작업이 꼭 자동차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 취약층, 노약자나 어린이 등의 경우 동내에서 인도를 이동하는 데 이들의 안전 역시 보장해 주는 것이 ‘사람·보행자 중심 도시’를 추구하는 광주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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