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유최안이 실려가던 날, '검찰 탄압' 대신 '노란봉투' 앞세울 순 없었나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돼!"
"그럼 어떤 식으로 해야 합니까? 더불어민주당은 이딴 식으로 하면 됩니까?"
"아니 이야기들 하세요~ 우린 안 들을 테니까. 위험 방지를 위해서 경찰관이 있는 거잖아요."
그제(26일) 아침,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다섯 명이 민주당사를 기습 점거했습니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수백억 원의 소송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 파업으로 인한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이들은 거칠게 당사로 비집고 들어와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원내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몇달 전까지만 해도 노란봉투법을 꼭 통과시키겠다고 했으면서, 왜 아직도 법안이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느냐"고 분노했습니다. 화가 나 들고 일어난 노동자와 왜 '저 당'이 아니라 '여기'로 왔느냐는 당직자,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경찰관은 거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생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앞에서 노동자와 당직자의 드잡이는 점차 이성을 잃어갔고, "위험 방지"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치안'만이 오로지 굳건해 보였습니다.
선명하고 날카로운 '검찰 탄압' 메시지, '노란봉투법' 기자 질문에는 '…'
유최안을 비롯, 당사를 점거했던 노동자들이 끌려가거나 실려 갔던 어제와 그제. 민주당은 스물한 건의 공식 논평을 냈습니다. 그중 단 세 건에서 '노동'이 언급됐습니다. 안전 운임제 법안 일몰 여부를 놓고 협상이 첨예했고, 정부와 여당은 노조 회계 감사까지 언급하며 연일 '노동계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당사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노란봉투법' 처리 현황과 관련해 당 입장을 설명하는 논평은 없었습니다.
'대체 왜 이재명을 탄압으로부터 지켜야 하는가?' 질문에 답하려면
'탄압감'이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있습니다. 파업 이후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비정규 하청 노동자들이 시시각각 느끼는 감정은 그것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정도는 덜하겠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매일의 생활 속에서 굴욕감과 열패감, 고통과 슬픔이 뒤섞인, '탄압감' 그 이상의 감정을 이고 살아갑니다. 이재명 대표는 바로 그들에게 '나에게 오는 탄압을 막아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끔찍이 사랑하거나 그를 끔찍이 미워하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이 호소를 받아든 이들에겐 아마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입니다. '왜 이재명을 탄압으로부터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지난 여름 옥쇄 파업을 벌였다 수백억 손배 위기에 놓인 이가 당사를 점거하다 병원에 실려 간 날, 공식 석상에서 그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당 대표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대체 왜 이재명을 탄압으로부터 지켜야 하는가?'.
이 대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달 전, 노란봉투법을 제정하자는 사람들과의 간담회에도 참석해 "가혹한 손배, 가압류 남용이 사실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주지 않았느냐고, 얼마 전 SNS에 글을 올려 '합법파업보장법'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말도 하지 않았느냐고. 노란봉투법은커녕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조차 받지 않겠다는 정부 여당 앞에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의 미디어 전략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프랭크 런츠가 말했듯,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듣느냐'입니다. 야당이라고는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169석을 보유한 원내 제1당입니다. 그 당 대표의 '말'만 있었을 뿐 소관 상임위에서조차 민주당 안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 속, 사람들에게 '이재명의 말'은 어떻게 들리고 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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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진 기자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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