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합] "예쁜 할머니 되도록 오래 연기할 것"…오나라, '25년 차' 연기 내공 빛을 본 순간 (청룡영화상)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대중의 선택을 받은 오나라(48)가 올해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제43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부문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 끝에 주인공이 탄생했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서 유쾌하면서도 통통 튀는 미애 역을 맡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오나라는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의 최종 선택을 받으며 '관객들이 사랑한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심사위원들 역시 "그동안 업계에서 과소 평가된 배우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연기 내공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 그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청룡 수상의 기쁨이 가시기 전에 스포츠조선과 만난 오나라는 "청룡영화상 수상이 저에게는 너무 현실감 없었던 일이었다"며 "다음 날 아침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바로 찾아봤다.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았는데 한 분 한 분 일일이 불러드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 '장르만 로맨스' 팀 류승룡 선배, 김희원 선배, 성유빈, 류현경, 이유영, 오정세, 무진성까지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배우들과의 멋진 앙상블이 있었기에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tvN 드라마 '환혼 : 빛과 그림자' 박준화 감독님이 가장 먼저 축하 연락을 주셨다. 제 최고의 '베프'(베스트 프렌드)다"라고 기쁨을 표했다.
이 가운데, '장르만 로맨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류승룡은 오나라의 수상 소식을 듣고, 자신의 SNS에 축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오나라는 "류승룡 선배가 시상식 가기 전부터 '훨훨 날아라 나라야'라고 문자를 보내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응원해주셨는지 아니까 더 뭉클해졌다. 주변에서 저의 수상을 진심으로 바라고 축하해 주셔서 '좋은 사람을 많이 얻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나라가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자,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은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축하를 보냈다. 오나라는 "(조은지 감독이) 자기가 수상한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셨다. 왜 감독님들이 자기 배우가 상을 받았을 때 뭉클한 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하시더라. 제가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게끔 기회를 주신 감독님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또 백경숙 대표님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저를 친언니처럼 보살펴주셨다. 혼자 있을 때 잘 못챙겨먹을까봐 음식도 만들어주시고 반찬도 많이 싸주셨다.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서 처음 만났는데, 저에게는 최고로 살갑고 좋은 언니셔서 '대표 언니'라고 부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상식 전날 밤, 긴장되는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그는 "꿈 속에서 다른 예능을 하다가 돌아다니던 와중에 (유)재석 오빠를 만나 안부를 물었다"며 "그런데 제 가슴을 보니 재석 오빠의 아들 지호 군이 안겨 있더라. 그래서 '오빠 지호가 제 품에 안겨있네요?'라고 물으니, '응 나는 우리 아들을 강하게 키워'라고 거들떠도 안 보시더라. 저는 지호를 실제로 본 적도 없었는데 춥고 배고플까 봐 알뜰살뜰 챙겼다. 지금 돌이켜 보니 상을 받으라는 꿈이 아닌가 싶다(웃음). 시상식 다음 날 아침, 재석 오빠한테 '이런 꿈을 꿔서 좋은 상을 타게 됐다'고 연락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면서 진심을 담아 축하해 주셨다"며 특별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청룡'의 상징색인 블루 톤 드레스를 입은 오나라는 레드카펫을 밟으며 더욱 빛나는 미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레드카펫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집중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굴욕 사진을 남기면 안 되지 않나.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게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이날 드레스도 제 수상을 암시하고 있었나 싶었다"며 밝게 웃었다.
이제 막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디딘 후배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김동휘는 최근 청룡영화상 수상자 인터뷰에서 "제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혼자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어 시상식 장안에서 외롭게 앉아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아 계신 오나라 선배님께서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잘 챙겨주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거머쥔 김혜윤도 오나라와 지난 2018년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 수상도 기뻤는데, 나라 선배님께서 상을 받으셨을 때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며 "선배님의 진심이 느껴지다 보니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오나라는 "혜윤이는 극 중 염정아 선배 딸이어서 제가 얄미워했던 친구다(웃음). 정말 속이 깊을뿐더러, 명절이나 제 생일 때 먼저 연락을 해준다. 혜윤이의 활기찬 모습들이 마치 예전의 저를 보는 것만 같아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우리 아들이었던 (이)유진이만큼 예뻐하는 후배다. 이번 청룡영화상 수상을 통해 연기 잘하는 걸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특하다. 우리 함께 변하지 말고 오랫동안 연기하자고 했다"며 흐뭇해했다.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 이후 김동휘를 다시 만난 오나라는 "동휘가 시상식 장에서 자리에 혼자 앉아있더라. 마침 제 옆자리여서 더 챙겨주고 싶었다. 축하 무대를 열심히 보길래 '아이브가 좋아, 뉴진스가 좋아?'라고 물어보니까 쑥쓰러워하면서 대답 못하겠다고 말하더라(웃음). 그래서 저는 지코가 좋다고 했다. 상을 받고 나서 동휘 SNS에 찾아가 축하 댓글을 남겼는데, 제 계정에도 찾아와서 감사하다고 글을 남겨줬더라. 너무 예쁜 친구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작품에서 꼭 만나고 싶다. 엄마하고 아들 역할만 아니면 된다. 친한 선·후배나, 적대적인 역할도 좋다"고 기분 좋은 상상을 펼쳤다.
뮤지컬 무대를 시작으로, 어느덧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오나라는 여전히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팔레트' 같은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그는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받고 나서, 점점 더 상 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찾아왔다. 저 나름대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중간중간 변신을 시도했는데,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을 맡았을 때 더 많은 애정과 사랑을 보내주셨던 것 같다. 코미디 장르만큼, 눈빛 연기도 잘할 수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정희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은 아마 아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나라는 '장르만 로맨스'로 2022년을 잊지 못할 특별한 한 해로 만들었다. "'청룡'이라는 역사적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다는 자체가 저에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제가 죽게 되더라도 이름은 영원히 남아 있는 거지 않나. 정말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제가 마냥 잘되진 않을 거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못미칠 때도 있겠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사람으로서, 또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본을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식스센스'에서 어떤 분이 '예쁜 할머니로 오래도록 연기할 분이에요'라고 말씀해주셨던 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저의 그날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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