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가득한 방 말고… ‘내가 꾸민 내 방’ 생겨 정말 기뻐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박정경 기자 2022. 12.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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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에 사는 초등학생 이형민(가명) 군은 최근 '자기만의 방'이 생겼다.

이 군은 그동안 할머니와 같은 방을 사용했는데, 방 안은 텔레비전, 밥상, 자전거 등 집안의 각종 살림살이와 이불과 옷가지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이 군의 꿈은 부산 서구종합사회복지관의 '내방내꾸 DIY(Do It Yourself)'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됐다.

복지관에 따르면 부산 서구는 기후변화 및 폭염, 한파 등에 취약한 노후주택이 밀집돼 있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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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에 사는 초등학생 이형민(가명) 군의 방이 부산 서구종합사회복지관의 ‘내방내꾸 DIY(Do It Yourself)’ 사업을 통해 변화했다. 각종 살림살이로 빼곡했던 방은 이 군이 혼자 쓸 수 있는 책상, 침대, 옷장으로 채워졌고 깨끗하게 정돈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지난 10월 부산 서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거환경개선 대상에 선정된 부모와 아이들이 ‘내방내꾸 DIY’ 아동주거권교육을 받는 모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부산 서구종합사회복지관 ‘내방내꾸 DIY’ 프로젝트

주거환경 열악한 아동 5명 선정

기본심리 검사·개별 면담 진행

버킷리스트 토대 ‘내 방’ 선물

자기결정·선택권 줘 만족도 ↑

“항상 할머니랑 같이 잤는데 처음으로 제 방이 생기고, 침대도 생겼어요. 책상도 생기고 무엇보다 방이 엄청 깨끗해져서 너무 좋아요!”

부산 서구에 사는 초등학생 이형민(가명) 군은 최근 ‘자기만의 방’이 생겼다.

이 군은 그동안 할머니와 같은 방을 사용했는데, 방 안은 텔레비전, 밥상, 자전거 등 집안의 각종 살림살이와 이불과 옷가지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차 있었다.

꽃무늬 벽지는 오래돼 누렇게 변해 있었는데, 이 군의 취향과는 너무 달랐다.

이 군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책을 보거나 숙제를 할 수 있는 책상,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침대, 무늬 없는 흰 벽지로 도배된 깨끗한 방을 갖고 싶었다.

이 군의 꿈은 부산 서구종합사회복지관의 ‘내방내꾸 DIY(Do It Yourself)’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됐다. 복지관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공모사업을 통해 올해 부산 서구 지역에서 최저 주거환경을 충족하지 못한 아동 5명을 발굴해 아동의 주거환경개선을 도왔다.

복지관에 따르면 부산 서구는 기후변화 및 폭염, 한파 등에 취약한 노후주택이 밀집돼 있는 곳이 많다. 노후주택은 공간이 협소하다는 문제를 넘어 기후 변화 등에 취약하다. 주거 공간은 아동의 신체적 건강, 정서적 발달, 교육 성취 등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의 아동이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을 집에서 지내는데, 이 지역 아동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매우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복지관은 아동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를 아동이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가지고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지난 8월 주거 개선에 참여하고 싶은 아동을 모집했고, 소득수준·가족 상황·주거환경개선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다섯 가구를 선정했다. 복지관은 선정된 가구의 아동과 부모를 각각 개별 면담해 각자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고 주거권 교육을 통해 서로가 원하는 주거환경개선 부분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가졌다. 10월부터는 각 아동의 기본심리 욕구 척도 검사 등을 실시하고, 거주 공간에 대한 아동의 욕구를 바탕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했다.

복지관은 아동들이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했고, 아동들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 공부환경 조성, 도배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아동들은 최대한 부모와 어른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본인들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공간 개선 작업에 참여했다. 복지관에서는 작업 진행 방향에 대해 각 가정의 부모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하고, 아동들이 자신들이 가진 결정권을 인식하고, 만족도가 향상될 수 있도록 부모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결과는 대성공. ‘내방내꾸’로 자기만의 방이 생긴 아동들의 기쁨이 제일 컸다. 주거개선환경 작업에 참여했던 중학생 김선호(가명) 군은 “동생이랑 한방을 쓰면서 제 공간이 없다는 거에 너무 스트레스받고 집에 들어가는 게 싫었는데 저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집에 들어가는 게 싫지 않고 동생과 싸우는 일도 줄어들었다”며 “집다운 집이 처음으로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좋고, 걱정 없이 방을 꾸미는 경험이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송소정 부산 서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모사업이 서구 내 아동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주었고, 성장을 도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동지원사업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많은 아동·청소년에게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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