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시간 여행" 역사 품은 '익산'…기 받고, 건강도 챙기고 '매력' 만점
다른 천년고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이지만, 그래서 더 고즈넉함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익산. 알고 보면 특별함도 가득하다. 걷기만 했을 뿐인데 과거 시간여행까지 가능한 건 덤이다. 익산에서 즐길 수 있는 눈과 마음의 보양식 메뉴를 소개한다. 먹는 보양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들이다.
▶ 도시 변천사를 한눈에 '익산근대역사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일단 배를 채워야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익산근대역사관은 여행의 출발지로 제격이다. 익산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얕은 지식이지만 여행에 맛을 살리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익산근대역사관은 익산역 인근에 있다. 도보로 10분 남짓 소요된다. 길을 모르겠다면 아무에게나 '문화예술의 거리'를 물으면 된다.
문화예술의 거리라고 하지만 한적하다. 인근에 중국집만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잘 찾아온 거다. 초입에서 100여미터 정도 걷다 보면 널찍한 마당과 함께 눈에 띄는 건물이 떡하니 나타난다. 아치형의 포치, 코니스 장식 등 근대 초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 익산근대역사관이다.
익산근대역사관은 구 삼산의원을 이전 복원해 개관했다. 1945년 해방 뒤에는 한국무진회사, 한국흥업은행, 국민은행으로 사용됐고 역사적 의미와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실내는 옛 삼산의원 당시 사용했던 천정 마감부재를 비롯해 내부 벽제와 당시 사용된 벽돌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녹슬고 벗겨진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으니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보면 된다. 일제 강점기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비롯해 근대사에서 익산이 차지했던 역할 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익산근대역사박물관에 방문을 했을 뿐인데 처음과 달라 문화예술의 거리가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힘들지만 특색있게 '미륵산성'
익산을 대표하는 여행지 하면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백제왕궁박물관)이 있다. 천년고도로 인정을 받게 한 곳으로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됐다. 두 곳은 가까운 거리에 있고, 박물관과 옛 왕궁터 등 볼거리가 많다. 다만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여행 팁으로는 우선 문화해설사를 활용하거나, 왕궁리유적전시관을 먼저 찾는 것이다. 왕궁리유적전시관은 백제왕궁의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소개하고 출토유물을 전시하는 곳이다. 백제왕궁 왕궁리유적, 왕궁리유적의 백제건물, 왕궁의 생활, 왕궁에서 사찰로의 변화, 백제왕궁 등 5개 분야로 구성됐다.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유물 중 300여 점도 전시하고 있고, 백제왕궁에서 출토된 수막새 제작 체험과 '관세음응험기'목판 찍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영상과 옛 왕궁을 재현한 모형 등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하는 게 효과적이다. 두 곳 모두 아침과 해 질 녘 느낌이 다른 만큼 방문 자신에 맞춰 방문 시간대를 선정하는 것도 팁이다.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등 뻔한 곳이 싫다면 미륵산성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미륵산성은 미륵사지의 배후에 있는 미륵산(해발 430m) 정상에 있는 포곡식 산성이다. 산성의 둘레는 1822m에 달하며 10개소의 치와 동문지·남문지·옹성이 남아 있다. 고려 태조가 후백제의 신검과 견훤을 쫓을 때 이를 토벌해 마성에서 신검의 항복을 받았다고 하는데, 마성이 바로 미륵산성이다. 성문에는 작은 성을 따로 쌓아 방어에 유리하게 하였으며, 성안에서는 돌화살촉, 포석환 등 기타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미륵산성에 가는 코스는 두 가지다. 미륵사지를 시작으로 산길을 오르는 코스와 베데스다기도원 옆에 있는 미륵산성 주차장부터 시작하는 코스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베데스다기도원 인근의 미륵산성 주차장부터 출발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미륵산성까지 거리가 1.5km 남짓으로 짧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동시에 미륵산성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익산 전경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미륵산 자락의 구룡마을 대나무 숲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구룡마을 대나무 숲은 전체 면적 5만평방미터 정도로 한강 이남 최대 대나무 군락지다. 분포하고 있는 주요 수종은 왕대이며, 검은 대나무인 오죽과 분죽이라 부르는 솜대가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대나무의 주요 수종인 왕대의 북방한계선에 위치해 생태적인 가치가 매우 높고, 다른 지역의 대나무 숲과 다르게 마을 한가운데에 있어 경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혹자는 담양의 대나무 숲보다 좋다는 이들도 있다.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 숲이지만 초여름의 경우 반딧불이 군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숨겨진 익산 여행 맛집 코스 중 하나로 분류된다.
▶ '기운 좋은 곳' 원불교익산성지, 나바위성당
종교와 상관없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대신 예로부터 종교 시설이 명당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추천하는 여행코스다. 종교가 아닌 시대적 흐름을 몸소 느낄 수 있고,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속 마음의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익산에는 원불교중앙총부가 있다. 1924년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포교를 시작한 곳인 동시에 열반에 든 곳도 여기다. 중앙총부에는 사적 유물 관리위원회에서 보존지역으로 지정한 대종사 당시 이루어진 지역과 개교반백년 기념사업을 하면서 확장한 두 지역으로 총 10만 평의 대지 위에 각종 기념물과 건물들이 건립되어 있다. 대종사 당시 세웠던 대각전, 본원실, 공회당. 종법실, 금강원, 정신원, 구정원 등과 소태산 대종사 성탑, 성비, 정산종사 성탑, 영모전 등 각종 사적과 유물, 사료 등이 있고 소태산 대종사의 유품 등이 소태산 기념관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원불교중앙총부는 조용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입구를 중심으로 오른편에 적산가옥이 밀집되어 있다. 수십 채의 적산가옥이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 드물다. 게다가 현재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다. 중간 중간 우물과 양잠실도 보존되어 있어 종교를 떠나 역사적 공간으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나바위성당도 기운이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나바위성당은 조선 현종 11년(1845년)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페레올 주교 다불뤼 신부와 함께 황산 나루터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성인이 처음으로 전도하던 곳으로 한국 천주교회에서 성지로 지정한 곳이다.
나바위성당은 1906년 순수 한옥 목조건물로 지어진 후 1916년까지 증축을 거듭하면서 한·양 절충식 건물로 형태가 바뀌었다. 성당 앞면은 고딕양식의 3층 수직종탑과 아치형 출입구로 꾸며져 있고, 지붕과 벽면은 전통 목조 한옥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성당 뒤편에는 화산 정상까지 '십자가의 길'이 있고, 금강 황산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망금정이 있다. 망금정 뒤쪽으로 돌아가면 돌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을 볼 수 있다. 과거 망금정 아래에는 금강이 흘렀고, 바다에 나가 일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새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망금정 아래의 금강이 흐르던 곳은 논이 되었고, 마애삼존불은 바람에 깎여 형태가 희미해졌다.
▶'따뜻한 휴식' 왕궁포레스트
짧은 여행이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찾고 싶다면 왕궁포레스트를 추천한다. 1300평대의 아열대 식물원과 갤러리 카페, 힐링 족욕, 넓은 잔디 정원의 숲 놀이터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왕궁 포레스트의 메인은 바로 100여 종의 아열대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아열대 식물원이다. 사계절 다른 모습을 가진 상록활엽수와 야자나무 등이 조화롭게 배치됐다. 곳곳에 배치된 포토존과 미니 폭포, 분수 등의 친수 공간, 바람개비길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식물원 바로 옆에는 50석 규모의 족욕 시설이 마련돼 있어, 편안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왕궁저수지를 바라보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왕궁 포레스트의 모든 공간은 '쉼'을 위해 만들어졌다. '공간쉼표' 1층은 '숲멍'과 '물멍'을 즐기는 공간으로, 2층은 전시회 등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공간쉼표 뒤쪽으로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숲 놀이터가, 앞쪽에는 왕궁포레스트 캐릭터 조형물과 함께 핑크뮬리 정원이 조성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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