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소년단대회에 서한 "혁명 원쑤들 미워하고 본때 보여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어제(27일) 열린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에 대한 적개심 고취를 촉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동무들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도 미국 놈들과 그 앞잡이들이 동무들의 보금자리를 짓밟고 희망을 빼앗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바로 이 시각도 조국의 방선초소들에서는 인민군대가 원쑤 놈들과 총부리를 맞대고 있다"며 "소년단원들은 혁명의 원쑤들을 끝없이 미워하고 그놈들과 맞서 싸우는 심정으로 인민군대 원호에도 앞장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년호땅크(탱크)와 대포도 만들어 보내주며 만약 원쑤들이 덤벼든다면 전화의 소년근위대원들처럼 용맹하게 싸워 300만 조선소년단의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새 세대들은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들으면서 자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품이 이전 세대와 다르며 연령에 따라 그 수준 차이도 크다"면서 새세대의 특성에 맞는 교양사업을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청소년교양사업을 형식적인 틀 거리나 갖추고 주먹치기로, 천편일률식으로 진행하는 편향을 극복하고 우리 학생소년들의 의식 수준과 심리적 특성, 현실적 조건에 맞는 새로운 방법들을 적극 탐구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동심에 맞게 동영상편집물을 많이 만들어 보여주는 것을 비롯하여 현대적인 수단과 정보기술을 활용하면 교양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가 강한 것은 결코 핵무기가 있어서만이 아니다"라며 "소년단원 동무들과 같은 교대자, 후비대들이 대바르고 충실하게 자라나 혁명가들의 대오에 항상 생신함과 약동하는 힘을 더해주기에 조선이 강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 당과 국가정책의 제1순위는 언제나 후대들을 위한 시책이며 이것은 조선노동당의 절대불변의 원칙, 영원한 국책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신세대에 적개심을 고취하도록 역설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통제와 외세 문화 유입 등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 젊은 세대의 사상 이완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혁명가 유자녀'들이 다니는 엘리트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은 자리에서도 외부 문물을 '타매', 더럽게 여기며 경멸스러움)로 지칭하면서 "바늘 끝만큼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하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대회 토론자들도 "분계연선(접경)마을의 새세대들이 각성하고 또 각성하지 않는다면 우리 부모들과 이웃들, 사랑하는 동무들이 쓰라린 고통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최대비상방역기간 더욱 뼈에 사무치게 새겼다"거나 "온 나라 소년단원들이 좋은일하기 운동을 활발히 벌려 소년호땅크와 비행기, 군함을 더 많이 만들어 인민군대 아저씨들에게 보내주자"며 김 위원장의 서한 이행을 다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열린 7, 8차 소년단대회에 모두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불참한 채 서한만 보냈으며, 참석 여부가 관심을 끌었던 딸 김주애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 7세부터 14세까지의 북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붉은 넥타이 부대' 조선소년단은 1946년 청년동맹 산하 조직으로 창립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서한에서 소년단원 수를 300만 명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는 이번 대회가 6월 초순에 열린다고 예고했으나, 북한이 지난 5월 코로나19 확산을 공식 인정하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이달로 미뤄졌습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홍갑 기자gapl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