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북경엔 ‘박제가 신드롬’… 그와 중국문인의 교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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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화 교류를 생생히 증언하는 책이다. 두 민족을 둘러싼 장벽이 높아지는 오늘, 상대를 향한 적개심을 넘어서는 것은 사람 간에 오간 마음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고전학자인 정민(사진) 한양대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최근 번역·출간한 '호저집(縞紵集) 1·2'(돌베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호저집'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가 중국 문인들과 주고받은 기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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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저집’첫 완역출간 정민 교수
당시 나눈 시문·편지 등 옮겨
한-중 갈등 해결 주춧돌 되길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화 교류를 생생히 증언하는 책이다. 두 민족을 둘러싼 장벽이 높아지는 오늘, 상대를 향한 적개심을 넘어서는 것은 사람 간에 오간 마음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고전학자인 정민(사진) 한양대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최근 번역·출간한 ‘호저집(縞紵集) 1·2’(돌베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호저집’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가 중국 문인들과 주고받은 기록을 담았다. 박제가의 셋째 아들인 박장암이 부친의 편지와 필담 등을 엮은 책으로 국내에 완역본이 출간된 건 처음이다. 20대 후반 규장각 검서관으로 임명되기 전 해인 1778년부터 1801년까지 4차례 중국을 다녀온 박제가는 이덕무·유득공·이서구와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한문학 4대가’로 꼽힌다.
최근 전화로 만난 정 교수는 박제가에 대해 “놀라운 시문 창작력과 풍부한 학식, 천재적인 순발력으로 필담을 나누며 중국 지식인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며 “만남이 만남을 불러 북경(北京)에 ‘박제가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현상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박제가와 교유하기 위해 경쟁하듯 애를 썼고, 시문을 보내 우정을 청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박제가가 귀국한 이후에도 많은 지식인이 인편으로 소식을 전해왔고요. 동아시아 연행사에서 한 개인이 접촉한 인원으로 박제가를 넘어설 사람은 없습니다. 조선에서 박제가는 ‘서얼’이라는 신분 탓에 높은 벼슬에 오르지 못했으나 중국인들은 편견 없이 오직 ‘실력’에만 주목했던 것입니다.”
벗 사이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선물을 뜻하는 ‘호저’를 제목으로 삼은 책은 독특한 구성을 지닌다. 1권에 해당하는 ‘찬집(纂輯)’은 박장암이 부친의 메모와 관련 기록을 조사해 인적 사항 등 다양한 정보를 사람별로 정리한 것인데 박제가가 만난 총 172명의 정보가 수록돼 있다.
‘편집(編輯)’은 자료를 찬집의 인명 순서대로 배열한 뒤 당사자와 박제가 사이에 오간 시문과 편지를 옮겨 적었다. 청나라 문인 반정균은 “봄 사이 ‘건연집’을 읽고서야 선생의 이름을 알았고, 절묘한 시에 깊이 탄복했다”고 말하고, 김과예라는 문인은 “좋은 손님 동국에서 찾아왔으니 맑은 밤에 함께 만나 얘기하누나. 돌아가는 그날이 오면 우두커니 돌아가는 말을 보겠지”라고 작별의 뜻을 전한다.
정 교수는 ‘호저집’이 한중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는 데 ‘작은 벽돌’ 한 장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다. “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역사 논쟁과 이념 차이 탓에 양국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출발점은 문화와 인간의 만남입니다. 평생에 걸친 박제가의 한중 우정 교유록을 복원한 이유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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