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따도 8살 연하 여친이랑 데이트 가능?

홍수민 객원기자 2022. 12. 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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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친구에서 현실 연인으로, 겜생과 갓생 두 마리 토끼 잡기
- 근데 여친이 부끄러워서 모니터 밖으로 나오질 않네요

"배신하지 않는 2D 여친과 해피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 연인들의 명절이 막 지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일과 커플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언제부터인지 성탄절은 연인과 함께 하는 특별한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가족은 멀리 있고, 친구는 약속이 있다고 하고, 나 홀로 집에 남아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옆구리 시린 성탄절을 보낼 아싸들을 위해 2D 여친이 선물처럼 등장했습니다. 메타크래프트와 온파이어게임즈의 '러브인 로그인'입니다.

러브인 로그인은 8년 간 게임 친구였던 두 남녀가 현실에서 엮이며 벌어지는 코믹한 로맨스 게임입니다. 기록적인 폭우를 배경으로 집 잃은 게임 쌀먹 박다혜와 그녀의 8년 파티원 권성현파이터의 우당탕탕 동거일기를 그리고 있죠. 성탄절을 겨냥해 출시한 러브인 로그인, 직접 플레이해 봤습니다.

-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비주얼

우선 메인 히로인 박다혜의 캐릭터가 정말 좋았습니다. 스탠딩과 이벤트 CG의 화사한 일러스트야 말할 것도 없죠. 밝고 명랑한 모습이 그 나이 또래답게 상큼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장미 성우의 열연도 박다혜의 재기 발랄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특유의 톡톡 튀는 말투가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일기장으로 표현된 섬세한 심리묘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권성현파이터와의 게임 속 만남이 어린 다혜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혜의 일기장을 통해 엿볼 수 있죠. 일견 낙천적이고 밝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아픈 상처를 숨기고 있던 그녀의 불안한 심리를 일기장을 통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점차 발전하는 다혜의 그림 실력 또한 관찰할 수 있고요.

- 개발자의 실제 경험담인 줄…

개발자의 애환이 담긴 듯한 직장 내 에피소드와 현실감 있는 인물들도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올려줍니다. 얄미운 개발팀 이준엽 팀장, 왠지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듯한 아트팀 천수연 과장, 고마운 은인이자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한 형인 강원석 팀장 등은 사회 생활을 하며 언젠가 한 번쯤 마주쳤을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두 주인공 권성현과 박다혜의 인생 궤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강원석 팀장, 원석이 형은 힘들어하는 주인공 권성현에게 여러 조언을 해 주며 두 주인공의 관계에 다대히 공헌하기도 했죠. 대부분은 첫 인상 그대로 행동하는 평면적 인물들입니다만, 복잡한 서사 대신 권성현과 박다혜의 연애 전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퍼즐 외에도 순발력이 필요한 미니 게임도 있었다

미니 게임은 서사 위주로 진행해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비주얼 노벨의 단점을 훌륭하게 보완했습니다. 특히 실패 피로도 없이 무한 재도전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네요.

미니 게임으로 호감도 100을 달성하면 트루 엔딩과 엑스트라 CG가 공개됩니다. 플레이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엔딩 분기에서 보고 싶은 엔딩을 선택할 수 있더라고요. 해당 분기에서 세이브하면 1회차 플레이로 새드 엔딩과 트루 엔딩 둘 다 감상할 수 있습니다.

러브인 로그인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감성'인데요. 인터넷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플레이어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어딘가에 권성현과 박다혜가 살아 숨 쉴 것 같다는 현실감을 부여합니다. 두 주인공 권성현과 박다혜 뿐만 아니라 사실 버거운 현실 대신 게임을 도피처로 선택하는 청춘이라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고난과 역경을 겪기도 하지만, 빌리언 사가에서 그랬듯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 현실을 헤쳐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플레이어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특히 일찍 철이 들 수 밖에 없었던 박다혜가 드디어 행복해진 모습이 좋았습니다. 눈사람 가족을 남긴 새드 엔딩의 여운도 깊게 남았어요.

- 그녀에게서 익숙한 게임 폐인의 향이 난다

당연하게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주인공 권성현의 설정이 대표적인데요. 게임으로 만들며 원작과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달라진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찐따'가 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전작 러브 딜리버리의 현수는 20대 초반이라는 실드라도 있었죠.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가슴을 보고 주물주물 하는 시늉을 취하는 것도 그렇고, 권성현의 사회 생활을 하는 성인답지 않은 언행에 몰입이 깨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벤트 CG의 볼륨은 빵빵했지만 단독 히로인에 사실상 엔딩도 마지막 분기에서 해피와 새드로 갈리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플레이 타임이나 스토리적 측면에서도 갈증이 컸어요. 엔딩 이후 짧은 애프터스토리나 에필로그라도 추가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 여러모로 진한 여운이 남는 스토리였다

러브인 로그인이 물론 GOTY 급 띵작은 아닙니다.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한 게임이죠. 그러나 모니터 앞 싸늘한 당신의 연말을 따뜻하게 데워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두 주인공 권성현과 박다혜가 게임 뿐 아니라 현실에 로그인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과 비슷한 누군가는 현실을 헤쳐나갈 원동력을 얻을 수도 있겠죠.

이번 연말에는 게임 폐인답게 온갖 욕설은 물론이며 섹드립에도 통달한 사랑스러운 쌀먹 박다혜와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시는 건 어떨까요?

pressto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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