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경매 넘어가더라도… 집주인 체납 세금보다 보증금 우선 변제[Who, What, Why]

전세원 기자 2022. 12. 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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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담보대출과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 등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전세 임차인은 내년 4월부터 사전동의 없이 집주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해당 집에 체납 세금이 보증금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와 계약한 뒤 종합부동산세 등을 내지 않거나, 계약 이후 체납 세금이 많은 임대인으로 집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보증금을 날리는 전세 사기 피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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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What - 전세금 안전장치는

내년 4월부터 임대인 허락 없이

세무서에서 체납 내역 열람 가능

전세가율 80%초과 주택은 주의

‘깡통전세’(담보대출과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 등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전세 임차인은 내년 4월부터 사전동의 없이 집주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체납된 세금보다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

28일 국회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세기본법과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은 임차 개시일까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 국세 확인이 가능해졌다. 열람 장소도 기존 건물 소재지 관할 세무서에서 전국 세무서로 확대됐다.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서만 가져가면 세무서에서 체납 내역을 살필 수 있다. 다만 온라인 열람은 불가하고, 임대인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침해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금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변제받을 수 있는 2000만 원 이하면 열람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임차인이 직접 집주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확인해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바람에 ‘나쁜 집주인’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간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해당 주택에 미납 세금이 있으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는 피해 사례가 끊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해당 집에 체납 세금이 보증금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와 계약한 뒤 종합부동산세 등을 내지 않거나, 계약 이후 체납 세금이 많은 임대인으로 집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보증금을 날리는 전세 사기 피해가 많았다. 특히 빌라 1139채를 임대한 ‘빌라왕’ 김모(42) 씨가 지난 10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전세 사기에 대비하기 위해 임대인에 대한 사전정보파악이 가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정부는 또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종합부동산세 등 해당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당해세)을 먼저 걷지 않고, 전세금을 우선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당해세는 전세 확정일자 이후에 발생하더라도 우선 변제되지만,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당해세 세액만큼 전세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내년 4월 1일 이후 경·공매 결정이 내려진 주택을 대상으로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전세 보증금은 그 이후 발생한 세금보다 경·공매에서 우선 변제받는다. 이를 위해 주택 임차 보증금의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세금은 당해세 배분 예정액을 보증금에 우선 배분하도록 했다. 법적인 우선순위는 여전히 국세가 보유하지만, 배분 우선순위는 전세금에 먼저 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전세 사기 방지책들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경우로 국한돼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지낸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임차인이 임대인의 체납액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도 계약해지는 쉽지 않기 때문에 임대인의 체납액을 등기부 등본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거나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인의 체납액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요즘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임차인들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를 초과한 주택에 대해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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