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각막질환자에 인공각막으로 시력 살린다

박효순 기자 2022. 12. 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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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에서 최초의 임상시험 진행 중

■차흥원 교수 “국내 ‘기증각막’ 절대적 부족”

눈의 물리적 손상, 유전적 질환, 감염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각막이 손상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이 때 거의 유일한 치료법은 기증각막 이식이다. 기증각막 이식이 실패하면 영구히 실명 상태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장기 기증에 대한 거부감, 기증각막의 보관 방법과 시설의 미비, 짧은 유효기간 등의 다양한 이유로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증각막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평균 수명의 증가, 각막질환 증가 등의 이유로 각막이식 대기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기증각막 부족으로 실제 이식을 받는 환자는 대기자의 1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안과에서 ‘기증각막 이식이 불가능한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그동안 각막질환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난치성 각막질환자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초의 인공각막 이식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차흥원 교수가 이번 임상의 의미와 진행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번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차흥원 교수는 27일 “구미에서는 인공각막이 일부 사용 중인데 국내에서는 정식 허가 받은 것이 없어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 “임상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허가가 되면 기존의 각막이식으로 도움을 얻지 못하는 난치성 각막질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기증각막 이식에는 평균 7년 이상의 대기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면역부작용이나 거부작용을 보이는 일부 고위험군 환자는 기증각막마저 이식받지 못한다. 완전한 인공각막은 현재까지도 전세계적으로도 상용화된 제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의 한 바이오 기업이 기증각막 이식이 불가능한 각막질환성 실명환자에게 시력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장기간 대기가 필요한 기증각막을 대치하여 치료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인공각막을 개발했다. 이 인공각막은 공인기관의 물성 분석과 토끼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안정성과 생체적합성을 검증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식약처 임상시험승인을 획득했다.

―현재 임상시험은 몇 명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12명, 12안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증각막 이식이 적합하지 않아 인공각막 이식이 필요한 환자 중 자발적으로 임상시험에 동의하는 환자분들이 대상입니다. 외래에서 환자의 각막 상태, 시력, 안압, 수술력 등을 확인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충분한 설명을 거쳐 수술 일정을 잡습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상자 모집이 쉽지 않습니다. 첫째는 정보부족으로 인공각막 허가 연구임상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환자분이 임상연구의 대상이 되고 또 환자 본인도 원하고 있는데 임상연구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시니 접근이 안되는 거지요. 둘째는 임상연구라서 환자분들에게 수술결과 수치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해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원숭이에서는 6개월 관찰에서 실험이 성공하였지만 사람에서는 아직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요. 또 임상연구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 때문에 꺼려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환자분은 원하지만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제외가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인공각막 이식은 국내 첫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환자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공각막 이식은 난치성 각막질환자들에게 거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차흥원 교수의 진료 장면. 서울아산병원 제공

―기증각막 이식의 한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국내 기증각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수입하기도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신장이나 간과 같은 다른 기관에 비해 거부반응이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타인의 조직을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부반응으로 이식이 실패하면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각막이식이 반복될수록 성공률이 감소합니다. 그리고 각막표면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아무리 각막이식수술을 잘 시행해도 결국엔 이식된 각막이 혼탁해져 수술이 실패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인공각막 이외에는 대치 수단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임상적용 중인 인공각막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지금 사용하는 인공각막은 약 5㎜ 직경의 투명한 중심부와 그 주의의 불투명한 2㎜ 정도의 스커트 부분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콘택트렌즈 모양입니다. 중심부의 투명한 부분으로 빛을 통과시키고 주변의 불투명한 스커트부분이 환자의 각막에 생착하게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동물실험, 특히 유인원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6개월까지의 경과를 보았을 때 경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도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체에서는 다른 결과도 나올 수도 있지만 식약처에서도 이에 대한 임상연구를 허가한 것으로 보아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기증각막 이식에서 고위험군 환자란 어떤 경우를 말하나요.

“각막 이식을 했을 때 실패 위험이 높은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스티븐스-존슨증후군 같은 질환은 각막세포의 이상으로 각막이식을 하면 거의 다 실패합니다. 이런 특수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분들이 고위험군 환자입니다. 또 각막에 화학적 화상을 입었거나 각막윤부줄기세포결핍인 경우, 각막신생혈관이 과도하게 분포된 경우 등도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 기증각막 이식을 했을 때 이식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 사실상 시력을 잃은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각막 이식 임상시험은 까다로운 검사 과정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차흥원 교수의 진료 장면. 서울아산병원 제공

―인공각막 임상 대상에 적합한 환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각막을 허가받기위한 허가 임상이다 보니 대상환자의 조건이 꽤 까다롭습니다. 환자분들이 인공각막 이식을 원한다 할지라도, 시력 저하의 주원인이 망막이나 시신경 질환인 경우, 예를 들어 망막박리가 있거나, 진행된 녹내장이 있는 경우에는 혼탁한 각막을 인공각막으로 대체하더라도 시력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임상연구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또 눈꺼풀 기능이 좋지 않아 완전히 감기지 않는다면, 안구표면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인공각막 이식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고위험군 환자들의 경우 인공각막 이식은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하지만 각막을 제외한 눈의 내부 구조물, 예를 들어 망막이나 시신경이 정상인 경우에는 혼탁된 각막을 인공각막으로 이식을 시도해 보는 것이 현재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술 자체가 더 어렵지는 않습니다.”

―눈 건강을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졌습니다. 또 콘택트렌즈 착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대기 중의 미세먼지도 눈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요. 중간중간 눈을 쉬어주고, 가능한 눈을 손으로 만지거나 비비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안과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눈도 건강, 눈만 건강할 수는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좌우명이나 평소 생활신조를 소개해 주세요.

“매일 기쁘게 살려고 합니다. 인생이 항상 기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려고 합니다. 의사생활 오래하다 보니 육체의 건강 못지 않게 정신적인 건강이 매우 주요하는 것을 더욱 더 실감하게 됩니다. 인생은 원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구태여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합니다. 종교가 없으신 분들은 종교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차흥원 교수 주요 약력=서울대 의대 졸업, 현 서울아산병원 안과교수, 전 대한안과학회 이사장, 전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회장, 현 아시아태평양 백내장굴절학회 재무이사, 현 한국실명예방재단 부이사장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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